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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00m밖 아이돌도 잘보이는 '100배 줌'...칼 갈고 나온 갤럭시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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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갤럭시 익스피리언스 스페이스(체험관)에 갤럭시 S23 울트라 모델을 활용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가상의 우주 공간이 설치됐다. 샌프란시스코=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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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만루의 위기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추락했다. 경기 침체로 삼성전자가 우위를 차지해온 중저가 시장도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에서는 설계와 수율(양품 비율) 문제가 불거지며 전작인 갤럭시S22 시리즈에서도 체면을 구겨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갤럭시S23 시리즈에게 이제 남은 기회가 많지 않다. 삼성전자 역시 성능과 품질 측면에서 또 다시 무너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벌어질 것임을 알고 있는 듯했다. 카메라와 프로세서 등 소위 ‘각 잡고’ 만든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홈런 타자보다는 ‘소방수’



삼성전자가 1일(현지시간) 공개한 신형 플래그십(최상급)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는 야구로 치면 ‘홈런타자’라기 보다는 ‘특급 소방수’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체험해 본 갤럭시S23 시리즈는 전작과 대비해 당장 알아챌 만한 큰 변화보다는, 사용할수록 섬세한 디테일에 치중해 완성도를 조금씩 높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전작에서 지적됐던 부분을 보완하는 등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점이 느껴졌다.

S23 시리즈 모두 전작과 완전히 동일한 화면 크기를 채택했다. 무게 역시 사실상 같은 수준이다. 다만 울트라의 경우 디스플레이 엣지 부분의 디자인이 바뀌었다. 엣지 구간이 전작 대비 30% 정도 감소했는데, 그만큼 화면의 평면 영역이 넓어져 사용 구간이 확대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펜을 사용하는 울트라 모델 특성상 엣지보다는 전면 영역이 큰 것이 더 낫다는 고객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기본과 플러스 모델은 후면 디자인이 금속 테두리가 카메라 렌즈 부분 전체를 감싸던 ‘컨투어컷’에서 렌즈 형태만 남기는 ‘물방울 디자인’으로 바뀌며 한층 깔끔해진 인상으로 탈바꿈했다.

이날 언팩 현장에서도 각국 취재진과 거래처 관계자들이 달라진 갤럭시S23의 후면부를 살펴보며 ‘전작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 ‘애플 아이폰과 상당히 비슷해진 분위기’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덕분에 중저가 라인업인 갤럭시 A시리즈와의 외관상 차이점이 비로소 분명해지며 ‘급 나누기’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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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시리즈에 대한 일본 시장의 관심도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 행사 직후 일본의 IT전문매체 아스키(ASCII)가 갤럭시 S23 시리즈 출시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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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센서 세계 1위 日 기자도 놀랐다



삼성전자가 만든 세계 최초의 2억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2’가 탑재된 만큼 해상도와 밝기, 색감, 선명도, 역광 등이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S23 울트라에는 흔들림 없이 최대 100배까지 확대가 가능한 스페이스 줌 기능이 장착됐다. 카메라로 100m 거리에 있는 사람을 확대해 찍어도 육안으로 명확하게 구분이 가능했다. 아이폰 사용자마저 ‘아이돌·연예인 덕질 전용 폰’으로 갤럭시를 따로 대여료를 주고 사용할 만큼 갤럭시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뛰어난 줌 기능을 제공했다.

‘익스퍼트 로우’ 앱을 다운받아 카메라 기능에서 천체 사진 모드를 선택하면 삼각대 설치만으로 밤하늘의 성운과 성단, 은하까지 촬영할 수 있다고 내세울 만큼 카메라 기능을 둘러싼 자신감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카메라 기능을 둘러싼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언팩 현장에서 만난 일본의 정보기술(IT) 전문기자 야마네 야스히로는 “이번 시리즈에서 카메라 성능이 단연 인상적”이라면서 “최고 수준의 카메라 센서를 탑재한 소니의 고가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울트라 모델이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최근 갤럭시를 사용하는 일본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게 느껴질 정도”라며 자신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갤럭시Z 폴드4를 가리켰다. 이어 “갤럭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빠르게 발전해 일본 경쟁 업체를 이미 뛰어넘었다”며 “샤프와 소니를 쓰고 있는 사람들 상당수가 갤럭시로 옮겨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1분기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3.5%의 점유율로 아이폰에 이어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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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갤럭시 S23 시리즈에 탑재된 퀄컴의 칩은 모든 면에서 전작을 크게 뛰어넘는 성능을 보였다.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드류 블랙카드 삼성전자 미국법인 제품 관리 부사장이 갤럭시 S23 시리즈에 탑재된 칩의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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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갈고 나온 성능, 침체된 분위기 바꿀까



성능면에서는 퀄컴의 AP ‘스냅드래곤8 2세대’를 적용해 전작보다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34%, 인공지능(AI) 연산을 처리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49%, 게임 성능을 좌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속도가 41% 뛰었다.

현장에서는 “기대해 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퀄컴이 지난해 말 공개한 해당 칩의 성능이 일부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아이폰14 시리즈에 적용된 애플의 A16 바이오닉과 견줄 만큼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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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23 시리즈부터 강조된 '천체 사진(Astrophoto)' 모드.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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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역시 이번 S23 시리즈에는 퀄컴 신형 AP의 뛰어난 성능을 갤럭시에서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최적화를 진행했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S23 시리즈는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전작에서 부족한 점을 대부분 만회했지만 외장 메모리 지원이 끊긴 부분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16GB 용량의 램(RAM) 역시 다음 시리즈를 기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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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스포트라이트는 폴더블 혁신을 상징하는 ‘갤럭시Z’ 시리즈로 옮겨갔지만 여전히 바형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또한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에서 신형 갤럭시S23 시리즈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시장 상황은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보다 11% 감소하며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S23 시리즈의 가격을 전작보다 15만~22만원 올리면서 ‘최고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으로 제 값을 받겠다’는 대답을 명확히 했다. 삼성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 지는 보름 뒤부터 결정된다.

샌프란시스코=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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