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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국산·수입 전기차 보조금 차등 두고 오락가락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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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안 발표 불쑥 미뤘다가 불쑥 발표…보조금 차이 초안보다 줄여

수입차 업계 반발과 통상문제 고려한 듯…'부실 논리' 비판

연합뉴스

전기차 충전
[경기도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정부가 2일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드디어' 내놨다. 통상 1월 중순에 발표했는데 올해는 2월이 돼서야 공개했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개편안을 발표하려다가 하루 전에 불쑥 미룬 뒤 이날 언론에 '참고자료'를 제공하는 형태로 불쑥 공개했다.

전기차는 통상 '정부와 지자체가 주는 보조금을 제한 가격'이 실제 가격으로 인식되는 만큼 보조금 개편안은 국민에 끼치는 영향이 큰데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작년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16만4천519대로 5년 전인 2018년 3만1천183대와 비교하면 5배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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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2023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환경부가 2일 공개한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보면 전기승용차 보조금 가운데 성능보조금(주행·연비보조금) 상한선은 중대형, 소형, 초소형으로 나뉘어 규정됐다. 혁신기술보조금과 충전인프라보조금은 15만원으로 설정됐다가 최종적으로 20만원으로 정해졌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정부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쉽게 발표하지 못한 이유는 사실상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하는 방안이 여럿 담겼기 때문이다.

직영서비스센터와 정비이력 전산관리시스템 유무를 기준으로 성능보조금을 차등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승용차를 기준으로 자동차 제작사가 직영서비스센터와 전산관리시스템을 모두 운영하면 성능보조금이 100%, 협력업체 운영 서비스센터와 전산시스템이 운영되면 90%, 직영이든 협력이든 서비스센터는 있는데 전산시스템이 없으면 80%가 지급된다.

애초 정부는 직영서비스센터와 전산시스템이 일부만 있거나 없는 제작사 전기승용차에는 성능보조금을 절반만 주려고 했다.

외국 제조사 대부분이 국내에 협력업체를 통한 서비스센터만 있는 실정에서 이런 방안이 큰 반발을 불렀고 결국 차등 폭을 줄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특히 자동차 제작사가 직접 정비인력을 교육하면 협력업체 운영 서비스센터도 직영서비스센터와 마찬가지로 보기로 했다.

이번 보조금 개편안엔 전기버스 등 전기승합차 배터리밀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하는 방안도 도입됐다.

배터리밀도가 1L당 500Wh 이상이면 성능보조금(대형 6천700만원·중형 4천700만원)이 100% 지원되고 '500Wh 미만 450Wh 이상'이면 90%, '450Wh 미만 400Wh 이상'이면 80%, 400Wh 미만이면 70%만 준다.

원래 정부는 배터리밀도가 1L당 400Wh 미만이면 보조금을 절반만 줄 방침이었는데 이 역시 수입차 업계 반발에 차등 폭을 줄였다.

배터리밀도에 따른 보조금 차등도 보통 밀도가 1L당 400Wh(킬로와트) 미만으로 낮은 리튬인산철(LFP)배터리가 장착되는 중국산 버스 '견제책'으로 여겨졌다.

이에 중국산 버스를 수입하는 업체 쪽에서는 환경부가 밝힌 대로 '성능이 좋은 차'에 보조금을 더 주는 것이 차등의 명목이라면 배터리밀도보다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환경부는 주행거리로도 보조금을 달리하면서 배터리밀도도 함께 반영하므로 업체 측 주장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수입 전기차 공세가 강해지면서 정부가 보조금으로 '국산 전기차 밀어주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왔다.

신규 등록 전기차 중 수입차 비율은 2016년 9.1%에서 2022년 25%로 뛰어올랐다.

특히 전기버스 시장은 중국산이 값싼 가격을 무기로 '장악'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작년 상반기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버스 가운데 48.7%(436대)가 중국산이었다.

이번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으로 국산 전기차를 사면 수입 전기차를 구매할 때보다 보조금을 더 받는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정부가 애초 구상한 것에 견주면 보조금 차등은 '없던 일'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후서비스체계를 기준으로 한 보조금 차등은 사실상 없다는 평가다.

전기승용차는 국산과 수입 보조금 차가 최대 140만원까지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재작년 기준 평균 4천420만원인 신차 가격을 고려하면 차이가 크지 않다고 여겨질 수 있다. 특히 전기차 등 무공해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다.

정부가 보조금 개편안을 대폭 조정한 배경에는 수입차 업계 반발뿐 아니라 '통상문제 비화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전기승합차 배터리밀도에 따른 보조금 차등 방안이 알려지자 외교라인을 통한 항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통상문제도 고려했느냐는 질문에 "보조금 개편안을 마련할 때 통상당국과도 충분히 협의하고 수입차 업체 의견도 충분히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국산과 수입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하면 국내 제조사가 외국에서 비슷한 대우를 받을 때 대응 논리가 없어진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보조금으로 국산 전기차 밀어주기를 계획했던 것이라면 논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절대적 판매량이 적은 국내에 직영서비스센터를 운영하기 어렵고 이는 국내 제조사가 외국에 진출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정부가 직영서비스센터가 없으면 보조금을 절반 깎는 안을 제시해 시장에서 보조금 개편안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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