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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성인됐으니..." 시설서 쫓기듯 나온 청년들, 삼성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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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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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일부터 네이버에 매주 목요일 공개되는 자립준비 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을 높이기 위한 웹툰 '소녀의 디딤돌: 희망, 함께 날다'의 주인공 '윤정'(왼쪽)과 친구 '오나리' (오른쪽) 이미지 /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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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대학을 졸업하는 이희망(가명·25세)씨는 부모님의 사정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아동양육시설에서 자랐다. 주변의 도움으로 어렵게 대학을 진학할 수 있게 돼 시설에 좀 더 머물 수 있었다. 하지만 월 30만원 수준에 불과했던 자립수당으로는 취업준비는 커녕 기본적인 생활조차 꾸려가기 힘들었다. 그러던 이씨가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된 것은 아동양육시설 원장의 소개로 삼성희망디딤돌 사업을 알게 된 이후다. 삼성희망디딤돌은 이씨처럼 성인이 돼 시설에서 나와야 하는 청년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주거 공간과 교육 등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월 삼성희망디딤돌 센터에 입소한 이씨는 센터 담당자의 권유로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에 도전했다. 담당자는 이씨가 고등학생 때부터 SW 개발에 관심이 많아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고, 지역 교육청이 주최한 알고리즘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SW를 꾸준히 공부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대학에서 SW 전공을 한 것은 아니지만 SW 개발자가 될 수 있는 SSAFY를 추천했던 이유다. 이씨 역시 자립의 여러 영역 중 경제적 자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최근 인력 수요가 많은 SW 분야로 진로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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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센터와 삼성전자가 함께 진행하는 '삼성전자 임직원 멘토링'에서 만난 멘토와 진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특히 SSAFY 지원을 위한 이력서 작성과 면접에 대한 조언도 구하며 SSAFY 입학 준비를 했고 지난해 10월 SSAFY 9기 모집에 지원해 합격, 현재 SSAFY 캠퍼스에서 교육받고 있다. 이씨는 "1년간 쉽지 않겠지만, 역량을 최대로 올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고 온전한 자립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이씨처럼 아동양육시설·공동생활가정·위탁가정에서 자란 청소년은 법적으로 만 24세까지만 본인이 원할 경우만 시설에 머물 수 있다. 이후엔 무조건 시설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나마 올해부터 정부가 보호 종료 아동에 지급하는 자립수당을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긴 했지만 여전히 직업을 바로 구하지 못한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씨처럼 진학하거나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삼성은 이러한 보호가 종료되는 청소년의 어려움을 유심히 살피고 방법을 찾았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2013년 '삼성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직접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센터를 짓는 아이디어를 내고 기부금을 모았다. '삼성희망디딤돌'이라는 이름도 임직원들이 지었다. 임직원 기부금 250억원을 토대로 2016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법적으로 '보호종료아동'의 기준은 만18세에서 만 24세로 높아졌지만 삼성희망디딤돌 센터는 종전대로 만 18세부터 입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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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열린 '삼성희망디딤돌' 전남센터 박승희 삼성전자 CR 담당 사장(사진 왼쪽부터), 서동욱 전라남도의회 의장, 김영록 전라남도 도지사,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자립준비 청년들이 거주할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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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에 입주하는 보호종료 청년은 자립 시 가장 지출이 큰 주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미래 준비에 전념할 수 있다. 센터 담당자들이 직접 1대1 집중 상담을 통해 요리, 청소, 정리 수납과 같은 일상 생활에 필요한 지식은 물론이고 금융 지식과 자산관리 등 기초 경제교육, 진로상담과 취업알선 등 진로교육도 제공하는 등 자립을 지원한다. 또 보호가 종료될 만15~18세 청소년들도 센터에서 운영하는 자립 체험관에서 며칠간 거주하며 자립생활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 전국 센터에 입주하는 청년을 포함해 자립 준비, 자립 체험 등 지원을 받은 청소년은 지난해까지 누적으로 1만6760명에 달한다.

삼성희망디딤돌 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청소년 지원을 비롯한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깊은 관심이 반영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2주기를 맞아 연 사장단과 간담회에서 "우리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고 전하는 등 사회와의 '동행' 의지를 꾸준히 내비쳤다. 2021년 12월에는 정부의 '청년 희망 온(ON)' 영상 메시지를 통해 "청년의 꿈은 바로 우리 모두의 내일"이라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고민하는 여러분들을 응원한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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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광주캠퍼스를 방문해 소프트웨어 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교육생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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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러한 이 회장의 의지와 임직원들의 뜻을 잇고자 2019년부터 회사 지원금 250억 원을 추가해 사업 지역을 확대했다. 2016년 부산센터를 시작으로 2일 전남 순천에 문을 연 전남센터까지 총 10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올 11월엔 충북 청주에 11번째 센터도 문을 열 예정이다.

삼성은 이날 10번째 '삼성희망디딤돌' 센터 개소를 계기로, 웹툰 '소녀의 세계'로 유명한 모랑지 작가와 함께 웹툰 '소녀의 디딤돌: 희망, 함께 날다'를 제작했다. 자립준비 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웹툰은 보호종료를 앞둔 자립준비 청년 '윤정'이 사회로 나오는 과정에서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삼성희망디딤돌'센터와 함께 성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임직원들의 기부금과 아이디어로 시작한 '삼성희망디딤돌'이 자립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 사회 진출의 디딤돌이 되고 지역 사회의 사랑과 관심이 쏠리는 통로가 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와 함께 응원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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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열린 '삼성희망디딤돌' 전남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자립준비 청년들을 응원하고 있다. 왼쪽 다섯번째부터 박승희 삼성전자 CR 담당 사장,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김영록 전라남도 도지사, 김미자 전라남도 아동복지협회 회장/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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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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