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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정유신의 China Story]'대도시 편애' 사고방식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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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머니투데이

<정유신의 China Story>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중국인들의 '대도시 편애'는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성공을 위해선 학교와 직장을 찾아 '불원천리', 대도시로 떠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호적이 있는 고향을 떠나 타 도시를 주거지로 둔 중국의 비호적인구는 무려 3억7600만명, 총인구의 4분의1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인들의 '대도시 편애' 사고방식에 변화가 생긴 모양이다.

상하이 하쿠호도생활종합연구소(博報堂生活綜硏)와 중국전매대학(中國傳媒大學)이 중국 도시들의 비호적인구 5000명을 대상으로 한 공동조사결과('가치관·라이프스타일 조사' 2022년)에 따르면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중국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이주 당시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이주자가 전체의 42%, 대도시간 이주자가 18%, 대도시에서 소도시로 이주자가 10%로 대도시 선호도가 60%로 높았던 집단. 따라서 '10년 내로 어디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도시'라고 응답한 비율이 45%로 당초 60%에서 15%포인트 하락하고 대신 '소도시'란 응답이 20%로 2배 상승한 점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게다가 도시 하나가 아닌 여러 도시를 왕래하며 살고 싶다는 의견도 늘고 있어 앞으로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럼 이제까지와 달리 '소도시 선호' 등 변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공동조사결과에선 첫째,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1급 도시에 이어 2급 또는 3급 도시도 조만간 1급 도시 못지않게 생활이 편리해질 거란 기대가 깔렸다고 보고 있다. 특히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양로시설 확충이다. 이렇게 되면 부모의 건강관리나 병간호 부담이 줄기 때문에 굳이 1급 대도시에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응답의 절반을 차지했다.

둘째, 도시의 경제발전보다 도시 삶의 질을 중시하기 시작한 점도 한 요인이다. 예컨대 '기후나 환경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84%, '레저생활과 오락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70%, '도시의 역사와 문화 때문'이란 응답이 67%, '도시의 경제발전 상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는 응답도 54%나 됐다. 한마디로 일이나 직장의 장래성도 좋지만 개인이 느끼는 삶의 행복이 더 중요하단 얘기다. 이외에 개인적으론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과 61년 만의 인구감소로 대도시 중심의 '부동산 불패신화'에 경고등이 켜진 점도 요인 중 하나라는 의견이다.

MZ세대 등 청년층의 새로운 사고방식도 관심을 끈다. '부부가 다른 도시나 다른 지역에서 살아도 걱정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9%, '가족관계는 물리적 거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응답이 83%나 돼서 둘 이상 도시의 라이프스타일도 증가할 것임을 예상케 한다. 또 '대도시의 격심한 경쟁이 싫어 월급이 깎여도 경쟁이 심하지 않은 소도시로 가고 싶다'는 응답도 65%로 나왔다. 특히 1급이나 1.5급 도시(예를 들면 청두, 충칭, 항저우 등)에선 지나치게 생활리듬이 빨라 다른 도시로 이주를 통해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아무튼 이러한 사고방식 변화는 수년간 지속되는 미중대립과 코로나19 등으로 비호적인구의 도시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짐을 시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중국 정부의 도시정책과 부동산시장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전포인트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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