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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전장연 면담 하루 앞둔 오세훈, 장애인 시설에서 "지원 강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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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장애인 시설 소규모화·전담시설 확충
서울 장애인 거주시설 41곳...입소대기 106명
지난해 시설거주 2,052명...탈시설 59명
한국일보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후 서울 강동구 중증 뇌병변 장애인 단기거주시설을 방문해 김우솔씨의 재활운동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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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발달뿐 아니라 지체장애도 있어 24시간 돌봄을 받아야 한다. 우리 아이가 시설에서 쫓겨날까 봐 가슴이 콩닥거린다. 중증 장애인을 돌봐주는 시설이 오히려 늘어나야한다." (발달장애인 보호자 A씨)

"혼자 거동도 못하고, 밥도 못 먹는데 자립은 꿈 같은 일이다. 시설에 못 들어가면 집에 갇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뇌병변장애인 보호자 B씨)

서울시, 장애인 시설 지원 강화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강동구 장애인 거주시설을 방문해 거주 장애인과 가족들을 만났다. 2일 탈(脫)시설 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의 단독 면담을 앞두고, 장애인 거주시설 지원 강화 필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서울시도 오 시장 취임 이후 장애인 거주시설 지원 강화로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시는 올해 수립하는 장애인 정책 주요 사업에 △시설 소규모화 △합리적인 정원 관리 △고령 장애인 전담시설 확보 등을 포함했다. 시설 규모를 줄이는 대신 내실을 다져 장애인 사생활을 보호하고, 시설별 유휴공간을 확보해 정원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고령 장애인 전담시설과 중증 장애인 전담시설을 확보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탈시설 정책 지원도 필요하지만 장애인 자립을 위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게 우선이다”라며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지원도 균형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간 장애인 예산 대부분을 탈시설 지원에 투입했다. 실제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일원으로 살도록 유도해 자립을 지원하는 탈시설이 주요 선진국들의 추세다. 올해도 장애인 정책 예산 1조3,672억 원 중 자립정착금 지원과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등 탈시설 관련 예산이 42%(5,764억 원)를 차지한다. 반면 장애인 거주시설 지원 예산은 1,088억 원에 불과하다. 시는 장애인 거주시설 환경개선 등을 위해 관련 예산을 더 늘릴 계획이다.

서울 장애인 거주시설 41곳…입소대기자 106명

한국일보

서울시 장애인 거주시설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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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거주시설 지원으로 방향을 튼 것은 탈시설 지원 효과가 가시적이지 않아서다. 서울시 장애인 거주시설은 2018년 45곳에서 지난해 41곳으로 감소했다. 거주시설 인원도 같은 기간 2,638명에서 2,052명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은 396명에 불과했다. 시 관계자는 “시설 인원이 크게 줄었지만 정작 시설에서 나와 자립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거나, 시설 정원 문제 등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거주시설 부족으로 시설 이용을 원하는 중증 장애인 입소 대기가 길어지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날 오 시장과 만난 중증 뇌병변 장애인 김우솔(22)씨 보호자는 “뇌병변 장애인 주간보호센터가 서울 내 6곳에 불과하다”며 “7년째 센터에 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 41곳 거주시설 입소 대기 장애인은 106명. 한 장애인 시설 관계자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규모를 제한하고 있어 정원을 늘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입소 이후 자립까지 통상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빈자리가 생기는 일도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탈시설 기조를 유지하면서 장애인들의 자립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한진 대구대 장애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추세가 장애인을 시설에 격리하기보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탈시설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시설을 이용하지 않아도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자립해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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