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신한울 원전 3·4호기 환경영향평가 초안 보니…주민·환경단체 "졸속 추진" "안전성 우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일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개…울진 주민 의견 수렴
6월까지 환경영향평가 절차 마무리 목표로 속도전
연내 착공 목표…졸속 추진에 안전성 우려 목소리도
한국일보

경북 울진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1호기(왼쪽)와 신한울 2호기 전경.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경북 울진군에 지어질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공개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시작해 현지 조사를 포함한 평가가 6개월 만에 끝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년 만에 환경영향평가 초안 제출…3계절 식생 변화만 조사

한국일보

'환경영향평가서 등의 작성 등에 관한 안내서'에 나온 동식물 조사 시간적 범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채 중단됐던 만큼 진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날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 공개된 '신한울원자력 3·4호기 건설사업(재협의)' 평가서 초안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환경영향평가는 지난해 7~11월 여름, 가을, 겨울 현지조사만 이뤄졌다. 환경영향평가는 원전 건설에 따른 주변 환경의 영향을 따져보는 절차로, 보통 4계절 변화를 보기 위해 1년을 현지조사 기간으로 둔다. 동·식물의 활동이 계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속도전에 대해 환경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울진지역 반핵단체인 이규봉(57)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사람들'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환경영향평가를) 이전보다 철저하게 해야 하는데도 원전 건설에 급급해 동식물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봄철을 뺐다"고 꼬집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1년도 되지 않아 보고서가 나온 건 사실상 안 봤다는 것"이라며 "환경평가를 요식행위로 본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환경부에서 2016년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고 봄·가을이 비슷한 중간 계절이라 조사 기간이 짧은 것만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조사 기간 및 절차에 관한 부분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협의체에서 합의한 것"이라며 "법률에 근거해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안 공람 이후 주민 협의 과정에서 춘계 조사가 필요하다고 합의되면 추가로 현장 조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주민생활 변화 쟁점 여전…6월 환경영향평가 마무리 목표

한국일보

2021년 경북 울진군 북면 신한울 원전 3ㆍ4호기 조성 부지 바깥에 지역주민들이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울진=김정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울진 지역 주민들은 안전성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막대한 양의 온배수 등 주민들에게 돌아갈 피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초안에서는 냉각수 배수 및 온배수 확산으로 인한 해양환경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적시됐다. 신한울 3·4호기 예정부지 인근 신화리 주민 A(65)씨는 "2015년 환경영향평가 주민공청회 때에도 온배수 배출에 따른 바다 생태계 변화 등 문제가 제대로 협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울진이 전국 원전 최다 지역인 만큼 이번 환경영향평가가 다른 원전 건설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진에는 현재 한울원전 6기와 신한울 1호기가 가동 중이며, 신한울 2호기 또한 올해 9월 준공될 예정이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신규 대형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함께 늘어나면 대형 정전 리스크도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신한울 3·4호기는 울진군 북면 일대에 신형 경수로 1,400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이다.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건설이 확정돼 2016년 환경영향평가까지 끝냈다. 그러나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 따라 건설 계획이 백지화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7월 건설 재개를 결정했다. 산업부는 6월까지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마무리하고 올해 12월 부지를 다지는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울진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