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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감산을 감산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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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사실상 감산’ 해석…“반도체 가격 올라 업황 개선될 것”

시설투자 전년 규모 유지해도
유지·보수·R&D 늘어 자연 감산
대부분 목표 주가 ‘유지’ 입장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감산에 선을 그었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감산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연구·개발(R&D)과 생산라인 유지·보수가 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자연적 감산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일 증권사들은 “자연적 감산이 사실상 감산”이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잇달아 내놓았다. 증권사들은 적정 주가 7만원대와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열린 2022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감산 여부 질문에 “결론적으로 CAPEX(설비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의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 및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미래 선단노드(첨단공정)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비투자를 유지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시장이 기대했던 인위적인 감산에 또 한번 선을 그으면서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3.63% 하락한 6만1000원에 마감했다. 앞서 투자자들은 반도체 산업이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서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계의 투자 축소에 동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금융시장 내 존재했으나 직접적인 언급이 부재함에 따라 실망 매물이 출회됐다”고 말했다. 다만, 위 연구원은 “언급된 내용 중 시설투자 내 R&D 비중 증가, 설비 유지·보수, 장비 재배치, 선단 공정 비중 확대는 공통적으로 생산 증가를 둔화시키는 요소”라며 “인위적 감산과 자연적 감산이 메모리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6만5000원으로 유지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올해 시설투자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면서도 “라인 재배치와 효율화 작업 및 R&D 비중이 늘어난다고 언급해 글로벌 메모리 공급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는 시설투자 증설분은 전년 대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7만2000원으로 유지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가 언급한 활동 중 라인운영 최적화와 유지·보수 강화는 장비를 일정 기간 멈춰야 해 가동률과 생산이 줄어든다”며 목표주가를 8만원으로 유지했다. 황 연구원은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과 설비투자의 R&D 비중 증가는 양산 대신 개발 물량이 늘고, 양산라인 대신 R&D 라인의 비중이 늘어 그만큼 생산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콘퍼런스에서 “공정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지니어링 런 비중을 확대할 것이다. 단기 구간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생산)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의미 있는 수준의 비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감산을 감산이라 부르지 못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사실상의 감산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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