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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당국·정치권 압박에도… 우리금융측, 회장 인선 ‘예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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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추위, 후보 4명 심층면접 실시

3일 2차 면접 뒤 최종후보 낙점

이원덕·임종룡 2파전 유력 관측

우리 측 “특별한 변동 없이 마무리”

당국 “절차에 문제” 잇단 문제 제기

일각 “임종룡 미는 것 아니냐” 시선

尹 “은행은 공공재” 의혹 부채질

금융업계 “관치 노골화” 불안불안

정부와 금융당국, 정치권이 연이어 우리금융지주의 회장 선출 절차를 문제 삼으면서 관치 논란이 이는 가운데, 우리금융 측은 일정 변동 없이 애초 계획대로 이를 밀어붙이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강화를 주문하면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곳이 많은 금융업계에 정부의 입김이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계일보

서울 시내 우리은행 지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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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차기 회장 후보 선출을 위한 2차 후보 4명에 대한 심층 면접을 실시했다.

이날 면접은 각 회장 후보가 경영계획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을 실시하고 임추위 측의 질의에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일 2차 면접을 마친 뒤 임추위가 최종 후보자를 추천하게 된다.

우리금융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금융당국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우리금융 측은 일정 연기 없이 애초 계획대로 회장 선출을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며 “특별한 변동 없이 (선출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6일 우리금융 회장 인선 절차와 관련해 “최종 후보를 만드는 기준과 평가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튿날 “내부통제 제도 개선과 함께 최고경영자(CEO)나 주요 임원의 선임절차에 대한 개선 여지를 검토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과 김 위원장 모두 ‘주인(대주주) 없는 회사’의 ‘내부통제 실패’ 가능성 등 문제를 지적한 것이지만, 민간 금융기업의 회장 선출 절차를 당국이 문제 삼은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는 얘기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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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2차 후보 명단에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포함된 것을 두고도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이미 임 전 위원장을 회장으로 낙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의심을 더욱 부채질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인(대주주) 없는 회사’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도 주문했다.

우리금융이 새 회장 선출을 앞둔 상황에서 기관투자자의 영향력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발언에 금융업계는 정부의 개입이 보다 노골화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지분을 100% 보유한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주요 금융지주 4곳(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 모두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금융업계를 얼마든지 압박할 수 있는 셈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당국의 최근 발언에 대해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의도하려는 발언들로 보인다”며 “(발언 자체만으로도) 이미 관치가 시작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마치 자신들이 내정한 사람을 낙점하기 위해 당국이 시비를 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문제”라며 “사실상 구시대로 돌아가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금융 회장 후보에는 임 전 위원장을 비롯해 신현석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올라 있다. 현재 이 행장과 임 전 위원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3일 임추위가 추천한 단독 후보는 오는 3월25일 임기가 끝나는 손태승 현 회장에 이어 우리금융 지휘봉을 잡게 된다.

이병훈·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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