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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난방비 폭탄' 한국만 떠는 거 아니네... 물가 뜀박질에 유럽 여전히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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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한파 예고에 천연가스 11% 상승
러 수출 끊으면 "하반기 80유로" 전망
영국선 생활 물가 치명타 "고기 대신 빵"
한국일보

유럽연합(EU) 깃발과 러시아 국기, 천연가스 파이프 모형을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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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과 생활 물가 폭등에 골머리를 앓는 건 한국만이 아니다. 유럽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올겨울 들어 안정세에 접어드나 싶던 천연가스 가격과 장바구니 물가가 재차 들썩일 조짐을 보이는 탓이다. 지난해 내내 세계 경제를 압박하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지만, 서민을 옥죄는 체감 물가의 상승 곡선은 도무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중국 경제 부활에 천연가스 또 치솟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대표지수인 네덜란드TTF 3월물 선물 가격은 한때 11% 뛰면서 메가와트시(㎿h)당 60유로를 넘었다. 조만간 유럽에 한파가 닥칠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서, 난방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 8월 사상 최고치(340유로)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공급 및 수요 양측 모두 불안정한 사정을 고려할 때, 도시가스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우선 공급 쪽에선 러시아의 수출 중단이 불안 요소다. 지난해 대(對)유럽 천연가스 수출을 줄인 러시아가 올해 이를 아예 차단할 가능성마저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수요 쪽에선 중국이 최대 변수다. 올해 중국 경제가 되살아나면 가뜩이나 들썩이는 천연가스 가격을 추가로 밀어올릴 수 있다. 중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수요국이다. 이를 두고 ING그룹은 "천연가스 가격이 상반기 평균 60~65유로 사이를 오간 뒤, 하반기엔 80유로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바구니 물가 폭등한 영국... 허리띠 졸라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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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슈퍼마켓에서 한 시민이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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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에너지 대란이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생활 물가까지 폭등시킨다는 점이다. 최근 장바구니 고물가에 신음 중인 영국이 대표적 사례다. 시장조사 업체 칸타르에 따르면 최근 4주간(1월 22일까지) 영국의 평균 식료품 가격은 1년 전보다 16.7% 급등했다. 이 업체가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우유, 버터, 치즈, 계란, 개 사료까지 안 오른 게 없었다. 칸타르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식료품 가격 상승률이 주춤하나 싶더니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며 "영국 가계는 식료품에만 연간 788파운드(약 120만 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섰다. 영국 일간 데일리익스프레스는 "12세 미만 어린이를 둔 가구 10곳 중 네 가구가 빵, 파스타 등 비교적 값싼 식재료로 고기를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장바구니 물가 오름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치솟는 에너지 요금과 원자재 값이 제품 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헬렌 디킨슨 영국 소매산업협회(BTC) 회장은 "소매업자들이 에너지 요금 인상 역풍에 직면하고 있어, 당분간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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