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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본요금 4800원… "택시비 크게 신경 안 썼는데, 절반으로 줄여야겠다"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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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요금 인상 첫날

기본요금 1000원 올라 4800원

거리·시간당 요금도 뛰어 부담

4월 지하철·버스비도 인상 예고

시민들 “삶이 갈수록 팍팍해져”

기사들, 요금 인상 반기면서도

“실질적인 처우 개선 적을 듯”

1일 오전 7시15분, 회사원 박혜정(31·여)씨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 집에서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까지 택시를 이용했다. 박씨는 “집에서 서울역까지 30분 정도 걸렸고 요금은 1만2400원이 나왔다”며 “원래 (택시 요금이) 1만원 조금 넘게 나왔는데, 오늘 1000∼2000원 정도가 올랐다”면서 택시비 인상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에서 만난 회사원 정다혜(30·여)씨도 “회사로 출근할 때 1만8000원이면 갔는데 오늘 2만4000원이 나왔다”며 “시간을 산다는 생각으로 택시를 타서 택시비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제 한 달에 10번 정도 타던 택시를 절반으로 줄여야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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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승강장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1000원 인상된 1일 오전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에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늘어서 있다. 같은 날 모범·대형택시 기본요금도 6500원에서 7000원으로 500원 올랐다.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 인상은 2019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남정탁 기자


서울 택시요금이 이날부터 25% 이상 대폭 인상됐다. 지난해 택시 심야 할증 요금이 오른 데 이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도 요금 인상을 예고한 상태에서 택시 기본요금도 오르며 “삶이 더 팍팍해졌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올랐다. 기존 요금 대비 26.3% 인상이다. 기본거리가 2㎞에서 1.6㎞로 400m 줄면서 기본요금 인상에 더해 요금 인상 속도도 더 빨라졌다. 전이면 100원에 132m를 이동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131m로 줄어 요금 대비 거리도 1m 축소했다. 시간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이 됐다. 새 요금 체계에 따르면 주간에 종각역에서 신사역까지 약 7㎞를 이동할 경우 9600원 수준이던 택시비가 1만1000원이 된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심야 할증 시간이 0시에서 오후 10시로 2시간 당겨지고 요금은 최대 40%까지 확대된 바 있다.

택시비에 이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도 이르면 올해 4월부터 300원 또는 400원씩 인상될 예정이라 서민 부담이 더 가중될 전망이다. 300원 인상 시 현재 1250원인 지하철 요금은 1550원으로, 1200원인 시내버스 요금은 1500원으로, 마을버스는 900원에서 1200원으로 비싸진다. 60대 신모씨는 “조금만 가도 요금이 너무 오르니까 겁이 나 택시를 더 안 타게 될 것 같다”며 “요즘 물가도 올라 되도록 지하철을 타려 하는데 지하철도 곧 요금이 오른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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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는 요금 인상으로 인한 일시적 이용객 감소를 우려하면서도 기존 택시요금이 너무 낮았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이들은 당장의 요금 인상을 반기면서도 실질적인 처우 개선은 적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7년 전 법인택시를 운영했다는 개인택시 기사 서승민(49)씨는 “택시 기본요금이 오른 당시 회사 관리자가 ‘우리도 나눠먹자’며 사납금 기준을 올렸다”며 “현재도 비슷해 법인택시 기사는 특별히 월급 인상을 못 느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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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택시 기본요금 인상 전인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5분 전후 서울역 택시 승강장(위 사진)과 요금 인상 후인 1일 같은 시간 서울역 택시 승강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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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유행하며 야간 손님이 줄자 밤에 운행하는 기사도 대거 감소해 ‘택시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요금이 올라도 다시 영업을 확대할 유인이 되기는 힘들다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종로 일대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홍사성(78)씨는 “택시가격이 오르면서 기사들이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월 200만원도 못 버는 40∼50대 택시기사가 배달·퀵서비스로 옮겨갔다. 고작 요금 1000원 올렸다고 욕을 먹는데 이직한 그 사람들이 다시 택시(업계)로 돌아오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택시 요금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서민 경제에 미칠 영향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택시요금이 오르면 보통 택시이용 빈도가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회복하곤 했다”면서도 “이번에는 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체감온도가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택시를 고급 교통수단으로 여겨 이용을 못한다면, 택시기사들에게 적정 수입을 보장하겠다는 요금 인상 목적 역시 달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유빈·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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