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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서병기 연예톡톡]‘일타 스캔들’ 가격과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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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요즘 제일 재밌는 드라마는? 적어도 나에게는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이다. 혹시 1회를 접하게 된다면 6회까지 몰아보기, ‘빈지(폭식)와칭’을 할지도 모른다. 나도 6모, 9모가 뭔지 이번에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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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스캔들’은 지난 6회 시청률이 수도권 가구 기준 12%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경호와 전도연은 ‘일타 배우’들이다. 정경호는 물이 오른 정도로 연기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전도연은 자기 자리를 확실히 꿰차 자연스럽다. 다양한 인물 군상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풀어내는 조연들도 존재감이 쩐다.

‘일타 스캔들’은 ‘더 프라이드 학원’과 ‘우림고’, 그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전도연)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언뜻 무거운 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작감배’(작가+감독+배우)가 경쾌하게 잘풀어간다.

사교육 현장에서 1시간에 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1조원의 사나이‘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등으로 불리는 최치열은 1만원도 안되는 남행순의 도시락을 먹는 조건으로 그녀의 딸이나 다름없는 조카 남해이(노윤서)의 1대1 개인과외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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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에서 해이가 “쌤이 저를 30분만 봐주셔도 5천만원인데, 저를 왜 봐주시는 거예요? 제 엄마 도시락은 만원도 안되는데”라고 묻자, “가격과 가치는 다른 거잖아. 나는 그 도시락에 그만큼의 가치를 부여한 거고. 너는 5천만 원 이상의 결과를 끌어내 보라고”라고 답한다.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 문답에 ‘일타 스캔들’의 작가 메시지가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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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사교육 시장은 자본주의 사회의 첨예한 모습을 드러난다. 엄마들의 자식에 대한 투자는 거의 맹목적이다.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믿는다. 어떻게든 올케어반에 넣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 합격 8부능선에 올라선 거니까.

영민은 죽기전 “힘없으면 당하는 거지 뭐. 무조건 출세는 해야해. 남한테 잘리는 인생 말고 우리 엄마처럼 남들 자르고 사는 인생이 돼야 된다니깐”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가치관의 세습이다.

하지만 이 사교육시장은 피 터지는 전쟁터못지 않게 무서운 공간이다. 여기서 이탈하면 어떻게 되는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안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며 이제는 치열의 주변 사람들에게 구슬총을 쏘며 반사회적 성향을 보이는 선재의 형이 그런 경우다. 소위 ‘SKY’에 못붙어 재수하다 적응을 못하게 됐다. 선재 엄마는 지인들에게 선재 형이 영국 유학을 갔다고 뻥을 치고 있다. 선재 형은 집에 숨어사는 투명인간이 됐다. 선재 형은 변호사인 엄마가 완전히 망쳐놓았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다.(극단적이지만 자주 일어날 조짐과 징후를 보인다) 하지만 성실히 공부하고 있는 해이와 선재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모범생 해이가 선재에게 “야, 우리 왜 이러고 사냐? 너랑 나, 10대를 성실하게 사는 것 아냐? 왜 이렇게까지 좌절감을 느껴야 하냐고”라고 말한다면, 그 분위기 정도를 짐작할만하다.

최치열과 남행선도 입시 사교육 시장안에 들어와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들의 삶의 모습에서, 또 이들의 케미를 통해 조금씩 뭔가 느껴지는 게 있다. 한꺼번에 느끼게 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가랑비에 속옷이 젖게하는 방식이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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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열은 1년에 1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강의시간에 발차기 한번 선보이면 졸던 학생들도 집중하기 시작한다. 비주얼도 출중해 여학생 팬들도 많다. 하지만 섭식장애와 수면장애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삶이다. 이 모든게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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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아픔도 지니고 있다. 수리킹의 조교시절 여학생과 스캔들이 나 그 유명한 친모살해사건 발단을 제공했다는 등등의 루머와 악플에 시달린다. 유명세 정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관심으로 대인관계도 쉽지 않다.

하지만 최치열은 남행선이 만들어놓은 도시락을 먹을 때에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돈은 많지만 배부름의 행복은 느끼지 못하는 치열이 ‘깡순이’ 행선이 만든 음식으로만 결핍을 채우고 있다. 그 음식은 과거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먹었던 식당 맛과 똑같았다. 그 식당 주인의 딸이 남행선이다.

이런 식의 매개로 조금씩 가까워진 두 사람의 대화는 좀 더 진솔해진다. 치열은 “인생은 답이 없네요. 수학은 명쾌하고 답이 있는데..”라고 하고, 행선은 “그래도 틀릴 때마다 답에 가까워지잖아요. 인생도 더듬거리며 답을 찾아나가는 거죠”라고 했다.

그러므로 ‘일타 스캔들’은 가격과 가치에 밑줄을 치면서 봐야 할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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