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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 20대 여성 일상 앗아간 '부산 무차별 폭행 사건' 영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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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부산 오피스텔 무차별 폭행 사건
휴대폰 빼앗고 기절할 때까지 머리만 가격
징역 12년 선고…피해자 "12년 후 결말 예상"
"치약을 샴푸로 인지" 후유증에 일상 망가져
한국일보

부산 진구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해 5월 22일 발생한 무차별 폭행사건 폐쇄회로(CC)TV 영상. 경호업체 직원 30대 남성 A씨가 일면식도 없던 사이인 피해 여성 B씨를 발로 차 쓰러뜨렸고, 기절한 B씨에게 발길질을 계속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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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여성을 따라가 폭행해 다리 마비까지 이르게 한 ‘부산 무차별 폭행 사건’ 영상이 도마에 올랐다. 피해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가해자 측에선 형이 너무 무겁다면서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0대 경호업체 직원 A씨 범행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이는 JTBC ‘사건반장’이 지난달 31일 “피고인 폭력성을 가감 없이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며 피해자 동의를 얻어 공개한 영상이다.

해당 영상에서 20대 여성 B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쯤 오피스텔 건물 1층에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서 있었다. 귀가 중이던 B씨를 쫓아온 A씨는 휴대폰을 보는 B씨 뒤로 접근해 머리를 발로 세게 걷어찼다. B씨는 벽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며 쓰러졌고, A씨는 B씨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은 뒤 머리를 발로 차고 내리 찍었다.

계속된 폭행에 B씨가 정신을 잃자, A씨는 B씨를 들어 어깨에 메고 CCTV 사각지대 쪽으로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B씨 가방과 구두가 벗겨 떨어지자 구두는 내버려둔 채 가방을 들어 챙겨가기도 했다.

해당 건물 1층에서 입주민에게 발견된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외상성 두개내출혈과 뇌 손상, 영구장애가 우려되는 다리 마비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지난달 25일 부산 사상구 한 모텔에서 붙잡힌 B씨 휴대폰엔 ‘서면 살인’, ‘서면살인미수’와 함께 ‘서면 강간’, ‘서면 강간미수’라고 검색한 흔적도 남아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경호업체 소속 직원이었고, 강도상해 등 전과 4범으로 출소한 후 누범 기간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A씨와 B씨는 일면식도 없던 사이었다.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경찰은 중상해죄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A씨가 B씨 머리를 집중해 가격한 점에 주목해 살인미수로 봤다. 발견 당시 B씨 속옷이 벗겨져 있었지만 A씨 DNA가 검출되지 않아 성폭행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A씨가 폭행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징역 12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선고했다.

B씨가 언론을 통해 당시 영상을 공개하기로 결심한 건, A씨가 출소 후 보복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A씨가 징역 12년은 너무 과하다면서 항소했기 때문이다. B씨는 지난해 11월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B씨는 “범인은 12년 뒤 다시 나오는데, 고작 40대”라면서 “‘뻔히 예상되는 결말’에 숨이 턱턱 막혀온다”고 적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사이코패스 검사(PCL-R) 점수가 높게 나왔으며, 프로파일러도 A씨 재범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실제 A씨는 재판과정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범행 동기로 “B씨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 “B씨 시선이 기분 나빴다”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구속되면서 여자친구가 면회를 오지 않고 헤어지자고 하자, 편지를 통해 “너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으니 너는 내 손 안”이라며 협박하기도 했다. A씨는 “폭행한 것은 맞지만 살인미수를 적용한 것은 과하다”는 취지로 항소 이유서를 냈다.

이 사건 전만 해도 디자이너로 일했다는 B씨는 병원 치료를 받아 1개월 만에 다시 걸을 수 있게 됐지만, 기억력과 집중력 감퇴로 일을 할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트라우마로 일상생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B씨는 “여전히 길을 걸으면서 뒤를 돌아보고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2시간마다 잠에서 깬다”며 “치약을 샴푸로 인지하거나, 방금 먹었던 약도 먹었는지 헷갈려 한다”고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저는 10㎏이 빠졌는데, 범인은 재판장에 올 때마다 몸집이 점점 커져갔다”며 “범인이 영영 사회에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누리꾼들은 “영상을 보기만 해도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 “CCTV에 영상이 남아있는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고 감형해 주다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아무 죄도 없는 B씨가 평생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 한다”, “A씨를 엄벌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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