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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총알받이 시키고 안 싸우면 총살” 탈영한 러 용병 지휘관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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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와그너의 잔혹성을 폭로한 안드레이 메드베데프(26).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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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목숨을 걸고 탈영해 노르웨이로 피신한 전(前) 러시아 민간 용병단체 와그너그룹의 지휘관이 참혹한 전쟁의 실상을 전했다.

와그너그룹의 지휘관이었던 안드레이 메드베데프(26)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목격한 잔혹함 때문에 탈영했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는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와그너 그룹 용병 중 국외로 도피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13일 러시아·노르웨이의 국경을 넘어 탈출한 뒤, 노르웨이 정부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

러시아군으로 복무한 경력이 있던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자발적으로 와그너그룹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7월 용병계약 직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최전선 바흐무트에 투입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10명의 병사들이 그의 지휘하에 있었는데, 와그너그룹이 러시아 감옥에 있던 수감자들을 전선에 투입하게 되면서 더 많은 인원이 자신의 아래에 배치됐다고 한다.

메드베데프는 “시신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며 “결국 나는 많은 사람들을 지휘하게 됐는데, 시신도 죄수도 너무 많아 몇 명인지 셀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용병들이 총알받이 역할을 했다며 다시는 파병되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고 했다.

이어 와그너그룹이 불필요한 러시아 용병들을 총살했다고도 주장했다. 메드베데프는 “그들은 전쟁에서 싸우길 원치 않는 용병들을 모아놓고, 새로 투입된 용병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했다”며 “훈련생들이 파놓은 참호에 그 시신을 묻었다”고 했다.

메드베데프는 와그너그룹이 어떤 전술적 전략도 세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의 위치에 대한 정보만 받았을 뿐 진짜 전략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명령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실제 전쟁터에 투입된) 우리가 어떻게 교대를 하고, 누가 총을 쏠 지를 정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건 우리만의 문제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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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22년 12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한 와그너 그룹 병사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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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프는 또 와그너 그룹이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 전사한 용병들을 실종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와그너그룹은 죄수들을 용병으로 동원하면서, 이들이 전쟁에서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500만 루블(약 87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와그너그룹 측은 “현재까지 보험금 미지급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며 부인했다고 CNN은 전했다.

또 메드베데프는 와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 프리고진이 러시아의 영웅이었다면 본인이 직접 총을 들고 군인들과 함께 뛰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프리고진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을 돕기 위해 증언하겠다”며 “머지않아 러시아의 선전활동이 중단되고, 국민들이 봉기할 것”이라고 했다.

프리고진은 CNN에 보낸 성명에서 “와그너그룹은 현대 전쟁에 필요한 모든 법과 규칙을 준수하는 모범적 군사조직”이라고 밝혔다. 다만 메드베데프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군사적 문제”라며 언급을 피했다고 CNN은 전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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