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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더 오래 일하라고?"…연금개혁에 분노한 佛, 127만명 거리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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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0년 때 정년 60→62세, 이번에 다시 64세로 올리기 추진]

프랑스 전역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약 12년 만에 정년을 추가로 2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을 추진하면서다. 이에 반대하는 총파업이 이어지면서 대중교통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국민 70%가 반대하는 상황 속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숙원 사업인 연금 개혁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12년 만에 뭉친 노조들…정부 "127만명" vs 노동계 "280만명"

3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주요 8개 노동조합 단체들은 이날 2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시위는 수도 파리를 비롯한 250여개 지역에서 진행됐다. 이들 단체가 연합 전선을 구축한 것은 2010년 11월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이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올렸을 때 이후 약 12년 만이다.

2차 총파업 시위로 프랑스 전역 거리에는 정부 추산 127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지난 19일 1차 총파업(112만명) 때보다 시위 규모가 더 늘었다. 노동계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80만명이 참여했다는 자체 집계치를 내놨다.

이날 파업에는 프랑스철도공사(SNCF)와 파리교통공사(RATP) 노동자가 동참하면서 프랑스 곳곳의 교통이 마비됐다. 지하철, 트램, 버스 등은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고, 고속열차 TGV(테제베)는 3대 중 1대꼴로 운행했다. 파리 오를리 공항 항공편의 20%가 취소됐고, 항공사 에어프랑스의 단거리 항공편은 10%가 결항했다. 교사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학교 수업도 차질을 빚었다. 보육원과 초등학교 교사 절반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원자력·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이날 하루 프랑스 전력 공급의 5%가 감소하기도 했다.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은 "개혁 반대" "포기는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거리 행진은 비교적 평화롭게 마무리됐지만, 일부 시위대가 과격한 행동을 보이자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진압에 나섰다. 프랑스 당국은 이날 전국에 1만1000여명의 경찰을 배치했고, 파리 외곽에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30여명이 체포됐다.

이날 남편과 함께 행진에 참여한 플로리앙 베르하일(44)은 AFP에 "마크롱 대통령은 횡재세, 배당금, 회사 등 돈이 있는 곳에서는 절대 돈을 가져가지 않는다"며 "저임금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비난했다.

머니투데이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연금 개혁안 반대 시위 참가자가 붉은 조명탄을 들고 있다./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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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가시밭길' 뚫고 뭘 하려고 하나

프랑스 정부는 지난 10일 연금 개혁안을 공개했다. 현행 62세인 연금 수급 최소 연령을 2027년 63세, 2030년 64세까지 상향한다는 내용이 개혁안의 골자다. 국민이 더 오래 보험료를 내게 하고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춰 기금 고갈을 막겠다는 것이다. 반발을 우려해 연금 지급액은 늘린다. 연금 상한액을 현재 최저임금의 75%인 월 1015유로(약 135만원)에서 최저임금의 85%인 월 1200유로(160만원)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연금 개혁을 추진했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한 거센 저항에 부딪혀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전국적인 반대 시위와 전면 파업을 마주한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자 관련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개혁 재추진 의사를 다시 한번 확고히 밝혔다. 올해 신년 연설에서는 "2023년은 연금 개혁의 해"라고 천명하며 연금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연금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언급처럼 프랑스 연금 재정은 현행 제도를 버틸 수 없는 상태다. 프랑스 연금자문위원회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2023년부터 연금이 적자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자 폭은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의 0.5~0.8%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적게는 19조원에서 많게는 30조원가량 발생하는 적자를 국가가 충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개혁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상당하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오피언웨이가 실시한 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61%가 개혁안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정부는 대규모 파업에도 개혁안의 핵심이자 최대 쟁점인 '정년 2년 연장'에 대해선 협상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국회는 오는 2월 6일 연금 개혁안에 대한 토론을 시작하고, 3월 26일까지 상·하원 표결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개혁안을 올여름이 끝날 무렵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야당의 반대로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마크롱 정부가 이를 처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에 따라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경우 법안을 총리 책임 아래 의회 표결 없이 발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어 마크롱 대통령이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는 정부가 물러날 때까지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프랑스 주요 8개 노조는 오는 2월 7일과 11일 추가 파업을 결의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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