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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같이 사는데요” 넷플릭스, ‘계정공유’ 어떻게 막을까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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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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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3월부터 한국에서도 넷플릭스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는 2023년 상반기 도입을 예고했는데요. 지인과 ‘4인팟’을 꾸려 월 4250원에 이용하던 구독자들은 이제 매달 1만7000원을 지출해야 합니다.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벌써 관련 사항을 안내하는 별도 페이지가 개설됐습니다.

IP 주소 다르면 못 본다…1인 추가에 3300원 전망


바뀌는 정책의 핵심은 함께 살지 않는 사람은 계정 공유가 금지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계정에 로그인한 디바이스의 IP주소, 디바이스 ID와 계정 활동 같은 정보로 함께 사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때 기본 프로필 계정과 같은 가구에 살지 않는 것이 확인되면 디바이스를 먼저 인증해야 시청할 수 있는데요. 넷플릭스는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를 통해 인증 코드를 입력해야 디바이스를 인증할 수 있다고 소개합니다. 함께 살지 않는 사실이 드러나면 계정은 정지되죠. 여행, 출장 등으로 다른 곳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할 때도 종종 디바이스 인증 메시지가 뜰 예정입니다. 주기적으로 인증 코드를 입력해줘야 합니다.

혹은 추가 요금을 내고 최대 2명과 계정을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비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한국에 앞서 계정 공유 유료화를 도입한 코스타리카(약 3681원), 칠레(약 3680원), 페루(약 2534원)의 요금을 종합해보면 한 계정 추가에 평균 3298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3000~4000원 수준에 계정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죠.

원칙상 이러한 공유는 지금도 금지돼 있습니다. 이용약관에는 “가구 구성원이 아닌 개인과 공유해서는 안 된다”는 표현이 명시되어 있죠. 다만 넷플릭스는 암묵적으로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도 계정을 공유하는 걸 용인해왔습니다.

2016년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립자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소파에 2명이 앉아 있든 10명이 앉아 있든 상관없이 넷플릭스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계정 공유 유료화를 발표한 지난달 19일(현지시간)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회장직만 유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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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된 계정 공유 관련 넷플릭스 고객 센터 페이지(출처=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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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4명 ‘해지’…구독 경제 전반에 영향 미칠까


‘OTT 공룡’ 넷플릭스의 결정으로 OTT 업계 전반의 지형 변화가 예상됩니다. 넷플릭스가 자기 지분을 줄이는 악수를 뒀다는 비판도 나오죠.

지난해 11월 한국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넷플릭스 이용자 중 가족, 지인이나 ‘4인팟’ 등을 통해 제삼자의 계정을 이용하는 사람은 57.2%에 달합니다. 또 전체 OTT 이용자 중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면 서비스 이용을 그만두겠다고 밝힌 사람은 42.5% 수준이죠. 이들은 대개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넷플릭스의 정책 변화에 따라 상당수의 구독자가 이탈할 것으로 예측 가능합니다.

해외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이 시작된 남미 3국에서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 ‘#안녕넷플릭스(ChauNetflix)’ 해시태그와 함께 “구독을 그만뒀다”는 게시글이 우후죽순 올라왔습니다.

넷플릭스 측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넷플릭스는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경험으로 볼 때 계정 공유 유료화 시 일부가 구독을 취소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도 “공유 계정으로 구독하던 사람들이 각자 계정을 생성해 회원이 추가되면 전체적인 수익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를 떠난 고객들이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로 이동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이 나옵니다. 이들은 아직 계정 공유 유료화를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독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더버지는 “장기적으로는 OTT를 비롯한 구독 서비스 전반이 계정 공유 수수료를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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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리드 헤이스팅스(로이터/연합뉴스)


계정 공유 유료화, 취소 가능성은?


소비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한 목소리로 비판합니다. 미국 금융 기업 모닝스타의 선임 애널리스트 닐 매커는 “공유 계정 유료화에 따른 효과는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며 “넷플릭스는 유료화로 인한 고객 이탈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하도록 자극할 수도 있다”고 말했죠. 하지만 우려에도 넷플릭스는 강경합니다. 원인으로는 지난 해의 수익성 악화가 꼽힙니다.

지난해 1분기 11년 만에 처음으로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가 감소했습니다. 1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20만 명이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는 97만 명이 감소했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증했던 구독자 수가 감소했기 때문인데요. 넷플릭스는 한 달 무료 체험 서비스를 중단하고, 요금을 인상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계정 공유 금지도 이러한 정책들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더불어 광고형 요금제가 수익에 기여했다는 사실이 넷플릭스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비롯한 12개 국가에서 한 시간 평균 4~5분 광고를 보면 기본요금보다 4000원 저렴하게 구독할 수 있는 요금제를 도입했는데요. 당시 구독자 3분의 1 이상이 1년 이내 구독을 취소할 것이라는 컨설팅 회사의 예측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4분기에 전 세계에서 가입자 수 약 766만 명이 증가했죠. 전문가들은 광고형 요금제가 수익 구조 개선에 기여했다고 분석합니다. 넷플릭스는 “성장을 다시 가속하기 위한 명확한 길이 있다고 믿는다”며 확신을 드러냈습니다.

[이투데이/유채연 기자 (yucha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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