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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단 논란 목사와 한국계 미국 정치인의 커넥션[이슈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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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전광훈 목사 "영김 의원 통해 종전선언 막아냈다"
노컷뉴스

3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애난데일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 미주 투어'. 주최측은 한국계 교회에서 장소 제공을 거부해 미국 교회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권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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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산하 위원회로부터 이단으로 규정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미국 연방 하원 영 김 의원과 협력해 미국 의회에서 추진중이던 '한반도평화법안'을 막았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3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애난데일의 한 교회에서 진행된 '워싱턴 광화문 미주 국민대회' 연설에서 재작년 워싱턴DC 방문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날 연설은 그가 89명의 극우 인사들을 대동한 채 23일부터 미주 10개주를 돌며 진행중인 이른바 '태극기 집회 미주 투어'의 일환이다.

그는 100분간 진행된 이날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되던 종전선언에 대해 "주한미군 철수와 연방제 통일을 하자는 사기극"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제2의 광주사태인 광화문 내전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OOO가 당시 워싱턴DC에 사무실을 마련해 놓고 상하원 의원들에게 300만 달러씩 주고 포섭해 평화협정, 종전선언, 연방제 통일에 동의를 받기 위해 발악했다"며 근거 없는 말을 늘어놨다.

그러면서 "이를 막기 위해 (2021년) 당시 아픈 몸을 이끌고 미국으로 날아와 상하원 의원을 접촉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영 김 의원(공화당)을 만나 반대해 달라고 설득했다"며 유일하게 김 의원의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했다.

이어 "김 의원님은 얼굴도 이쁘지만 아주 똑똑하더라"며 "(김 의원이) '목사님 내가 잘 알고 있다'고 해서 12월에 의회에서 종전협정 평화협정 안한다고 결의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 의회에서는 민주당 브래드 셔먼 의원 등이 종전선언과 북미수교, 평화협정 체결 등을 담은 '한반도평화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돌연 그해 12월 7일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서한에 동료 의원 35명의 서명을 받아 바이든 행정부에 전달하는 맞불 작전으로 '한반도평화법안' 무력화를 시도했다.

결국 이 법안은 이후 46명의 동의를 얻었으나 상임위 전체회의에 끝내 상정이 안돼 지난해 말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전 목사는 애난데일 집회가 열린 이날도 워싱턴DC의 연방 상하원 20명을 만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막아달라고 설득하고 왔다고 소개했다.

전 목사의 이날 발언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재작년 영 김 의원을 만난 것과 이후 김 의원의 행적은 사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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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왼쪽)가 애난데일 집회에서 연설중이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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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목사가 대표로 있는 자유통일당의 2021년 12월 21일자 유튜브 영상에는 두 사람의 당시 만남에 대해 더욱 자세히 묘사돼 있다.

전 목사는 이 유튜브 동영상에서 자신이 영 김 의원을 만나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핵심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그것이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영 김 의원이 처음에는 자신을 만난 사실을 외부에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가 나중에 공개해도 된다는 연락을 해왔다고도 했다.

그는 당시 김 의원에게 '하원에 이어 상원 의원에도 진출하라고 권유하고 한국에서 후원도 하겠다고 말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 김 의원님 말고도 미국 교포중에 젊은 정치인들을 빨리 개발해서 일단 주지사를 한번 해야 된다, 그래야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으니 이 일에 앞장서 주면 한국에서 많은 후원을 해주겠다고 격려했더니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말하더라."

우리 국민이 미국 의원에 정치 후원금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 법률을 위반하는 중범죄 행위다.

전 목사는 이날 애난데일 연설에서 스스로 '선지자'라고 칭하며 "내가 종전선언을 막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밥 먹고 살고 있는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앞서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바 있다.

다만 한기총 실행위원회가 이단 규정을 미루면서 한기총 차원의 최종 결론은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이날 주최측은 이 지역 한국계 교계에서 전 목사에 연설 장소를 제공하기를 거부해 어쩔 수 없이 미국 교회(Annandale United Methodist)를 어렵게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목사 일행은 다음 날인 1일에는 시카고로 이동해 같은 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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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와 미국 연방 하원 영 김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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