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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세계 속의 북한

한국 핵무장론에 부랴부랴 한국어판 내놨다…美 핵태세보고서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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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미 국방부, NPR 한국어 원문 번역본 첫 공개…

한국서 자체 핵무장론 확산하자 의식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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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미국 공군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재전개한 19일 한미 양국 공군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2.11.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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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핵무기 전략과 정책을 소개하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한국어로 번역해 공개했다. 최근 한국에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공약만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완전히 억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잇따르자 이를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국방부는 3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지난해 10월 27일 공개한 NPR 원문과 함께 한국어 번역본을 게재했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핵 운용 등에 대한 투명성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2022 NPR을 한국어와 중국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5개 언어로 추가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해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이종섭 장관과 회담한 날 나왔다. 칼 차관은 "NPR은 미국 핵 정책에 대한 포괄적이며 균형 잡힌 접근을 나타낸다"며 "안전하고 확실하며 효과적인 핵 억제와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확장억제를 재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18년 공개한 직전 보고서의 경우 한국어로는 요약본만 제공했었다. 당시 NPR 요약본은 21쪽이었지만, 이번 전체 번역본은 42쪽이다. 미 국방부는 2010년 스페인어와 러시아어, 아랍어, 중국어, 프랑스어로 NPR 요약본을 제공하다 2018년판에서 스페인어와 아랍어를 빼고 한국어와 일본어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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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트위터를 통해 2022 NPR을 한국어와 중국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5개 언어로 추가 발행했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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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R은 북한·중국·러시아 등 미국과 동맹국을 핵으로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 기술하고, 이들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핵 전략과 핵 역량 강화, 핵 비확산 노력 등을 소개하는 보고서다. 특히 한국 등 핵무기가 없는 동맹이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도록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 국방부가 전체 NPR을 한국어로 번역한 데에는 최근 국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핵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론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미국이 유지하려는 핵 비확산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 워싱턴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가 개최한 세미나에선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핵무기를 금방 만들 수 있지만 실익이 없다"며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면 원전산업 등 경제에 큰 타격을 입고, 한·미 동맹에 금이 가 안보 상황이 더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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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작년 10월 27일(현지 시각)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등 이날 발표된 3대 안보전략 보고서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미국은 NPR에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은 북한 정권의 종식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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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뿐 아니라 중국어와 러시아판 번역본을 공개한 것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적대국에 미국의 핵 전략 의도를 명확히 알려 오판을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내놓은 NPR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며 "미국이나 동맹·파트너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그 정권의 종식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점증하는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은 역내 핵 갈등을 억지하기에 적합한 '유연한 핵 전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더 강한 핵우산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연한 핵 전력은 전략폭격기, 탄도미사일 발사 전략잠수함, 핵과 재래식 공격이 모두 가능한 이중 용도 전투기 등 핵무기의 전진배치를 말한다. 북한과 중국의 핵 위협에 맞서 미국의 전략 자산을 전진 배치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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