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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일회용 마스크 착용하면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폐가 손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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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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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마스크의 원료가 폐 손상을 일으킨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면서 코로나19 사태 내내 써왔던 마스크로 인해 폐가 망가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일고 있습니다.

화학물질의 독성을 평가·연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KIT)는 지난달 25일 산하조직인 인체유해인자 흡입독성연구단과 전북대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폴리프로필렌(PP) 성분의 미세플라스틱이 폐 손상을 유발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PP는 일회용 마스크의 주원료로 사용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일회용 마스크의 폐 손상 유발 가능성 확인', '코로나 필수템 마스크의 역습…폐 손상 일으킨다' 같은 제목으로 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이 기사에서 달린 댓글에는 "3년 내리 마스크 쓸 때는 조용하더니 이제야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나온다", "여태 마스크 착용을 강조해서 전 세계 사람들 모두 (마스크를) 썼는데 어떡하냐, 어이없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3년간 방역 수칙에 따라 착실히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 정말 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폐 손상을 유발하는 것은 마스크 착용 자체가 아니라 마스크를 폐기한 뒤 남는 미세플라스틱입니다.

일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호흡하는 것만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이 흡입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성능 시험을 통과한 마스크를 착용하면 미세플라스틱은 물론 바이러스처럼 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외부 유해물질을 어느 정도 차단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게 더 안전하다는 게 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길이 5mm 미만인 플라스틱 조각을 미세플라스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폐기된 플라스틱 제품이 광산화(빛의 흡수에 의해 일어나는 산화), 풍화, 자외선(UV) 등과 같은 물리적 힘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미세한 입자로 변화하면 미세플라스틱이 됩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 중에서도 길이가 1㎛(마이크로미터, 1㎛는 0.001㎜) 이하, 또는 0.1㎛ 이하인 것을 나노플라스틱으로 더 세분화하기도 합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인체유해인자 흡입독성연구단 이규홍 단장에 따르면 대기 중에 부유하다 사람에게 흡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10㎛ 이하입니다.

실험에 쓰인 PP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마스크 외에도 커피 전문점의 테이크아웃용 종이컵, 플라스틱 가구, 식품·약품 포장재, 투명 플라스틱 제품, 테이프, 가전제품, 섬유의류, 자동차 범퍼와 배터리 케이스 등 일상에서 두루 쓰입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자연기금(WWF) 보고서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약 2천 개로, 무게로 환산했을 때 신용카드 1장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 축적될 경우 내부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호르몬 작용 방해는 물론 유방암과 전립선암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 한 장이 미세플라스틱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성과확산팀 유병아 팀장은 "마스크를 쓰고 단순히 호흡하는 것만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거나 흡입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마스크가 버려진 뒤 미세플라스틱이 되기 위해선 물리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플라스틱은 분자 구조가 사슬처럼 연결된 고분자 물질입니다.

여기에 습도, 자외선, 풍화작용을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겪으면 이 연결사슬들이 끊어지면서 미세화됩니다.

그 결과 작게는 수십㎚(나노미터, 1㎚는 0.001㎛)부터 크게는 수㎜까지 다양한 분포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이 만들어집니다.

즉 개인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하루이틀 동안 순간적인 바람이나 압력, 마찰 등으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되는 상황은 가정하기 어렵습니다.

이규홍 단장은 "플라스틱의 에이징(시간이 지나면서 플라스틱이 미세화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를 보면, 실험실에서 굉장한 가혹 조건에 플라스틱을 노출시켰을 때 미세플라스틱이 되는 데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면서 "자연계라고 하면 수년에서 수십 년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번 연구는 일상에선 일어나기 어려운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기도 합니다.

유 팀장은 "통상 독성 실험을 할 때는 용량을 극단적인 최대치로 한 다음 그 영향을 보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이번에 PP 성분 미세플라스틱을 동물의 '기도 내 점적 투여'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기도 내 점적 투여는 흡입 시험의 한 방식으로, 시험 물질을 물에 분산시켜 녹인 뒤 극소량을 동물의 기도에 흡입시키는 것입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사람이 노출되는 방식과 비슷한 시험은 에어로졸 시험입니다.

에어로졸은 스프레이를 뿌리면 발생하는 연무처럼 공기 중에 분산된 부유물을 말합니다.

이규홍 단장은 에어로졸 실험도 올해부터 진행된다고 밝혔습니다.

요컨대 이번 연구에서 쓰인 기관 내 점적 투여 방식은 일상적으로 우리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숨 쉬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폐기된 막대한 양의 마스크가 수년 뒤 미세플라스틱이 되었을 때 인체 건강과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폐기 및 관리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차(茶)를 우려내는 티백에 미세플라스틱이 아주 많은데 (마스크보다는) 이런 요인들이 (미세플라스틱 흡입에 영향이) 더 크다"며 "이번 연구로 마스크 착용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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