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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뉴스1뷰]비리 천명중 1건, 10만명중 3.2건 청렴도 같다? 이상한 평가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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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청렴도 평가기준 놓고 '시끌'…조직 클수록 불리

등급 잘 받아지만 감점 기준에 경찰청·국세청 등 평가등급 하락

[편집자주] 기자(記者)는 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기자란 업의 본질은 ‘대신 질문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뉴스1뷰’는 이슈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이 더 이상 남지 않도록 심층취재한 기사입니다. 기록을 넘어 진실을 볼 수 있는 시각(view)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전경. 2018.6.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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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1년에 부패행위가 1건 발생한 A기관과 3.2건이 발생한 B기관의 청렴도를 평가한다면 당연히 A기관이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A기관의 정원이 1000명이고 B기관의 정원이 10만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패사건 비율은 A기관 0.1%, B기관은 0.032%여서 B기관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는 두 기관의 감점이 0.13점으로 동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권익위 청렴도 평가를 두고 정부 기관들 사이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직규모가 큰 경찰이나 국세청 등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구조여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등급을 높이고, 부패 건수를 줄인다 해도 인원이 1만명을 넘어서는 기관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든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패실태 감점 체계 불합리 지적…"정원 축소 반영해 정원 많을수록 불리"

1일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정원이 1만명이 넘는 경찰청(13만여명), 국세청(2만여명), 검찰청(1만여명) 등 16개 기관이 나란히 4등급을 받았다. 중앙행정기관 46곳 중 5등급을 맞은 기관이 한 군데도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들 기관이 최하위권을 형성했다.

종합청렴도 평가는 청렴체감도(민원인·내부직원 설문조사 결과)와 청렴노력도(반부패 실적)를 각각 60%, 40%의 비중으로 가중 합산한 뒤 부패실태(부패사건 발생 현황)를 10%+α 비중으로 감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부 기관은 부패실태 감점 산출방식 때문에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없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부패실태 평가는 기관 정원의 네제곱근을 분모로, 부패발생 인원과 금액을 분자로 환산한 후 일정 산식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구한다. 정원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축소하는 방식이다보니 조직이 큰 기관에 불리한 구조다.

예를 들어 구성원이 1000명인 A기관과 10만명인 B기관의 정원 차이는 100배에 달한다. 하지만 산식을 거치면 각각 5.62명, 17.78명으로 환산돼 3배 수준으로 격차가 줄어든다. 그 결과 정원 1000명인 기관에서 부패행위가 1건 발생하면 0.13점이 감점되지만, 10만명인 기관에서 3.2건만 발생해도 같은 점수가 깎인다.

정원 대비 같은 비율의 부패 행위가 발생해도 정원이 큰 기관이 훨씬 불리하다. A기관에서 1건, B기관에서 100건이 부패행위가 적발됐다고 가정한다면 정원 대비 부패 비율은 0.1%로 동일하다. 하지만 청렴도 평가에서는 A기관이 0.13점 감점되는 반면 B기관은 4.14점이 깎인다. 감점 차이가 무려 32배에 달하게 된다.

경찰청 등 조직이 큰 기관들은 정원이 많을수록 부패행위 발생 확률이 높고, 치밀한 부패행위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현행 부패실태 평가방식이 불합리하다고 문제제기한다. 현재 평가체계는 기관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부패행위 건수에 초점을 맞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해부터 부패실태 감점범위가 최대 7%에서 10%로 3%포인트(p)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졌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기관 정원을 통으로 나누게 되면 규모가 작은 기관들이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며 "기관 정원이 10배 크다고 10배 부패사건이 더 발생해도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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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국세청 등 평균 이상 점수받고도…부패실태 감점에 4등급으로 '뚝'

이번 평가에서 가장 허탈감이 큰 것은 경찰청이다. 그간 경찰은 청렴도평가에서 2018년 4등급, 2019년 3등급, 2020년 4등급, 2021년 5등급 등으로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 2021년 반부패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청렴도평가에서 1등급을 받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각 시도청 등 관서 평가에 '청렴수준 향상도' 항목을 신설하고, 청렴 우수관서 경진대회, 시민 청문관 제도 등도 도입했다.

그 결과 경찰청은 이번에 청렴체감도에서 81.8점(3등급), 쳥렴노력도에서 92.7점(2등급) 등을 맞아 총점 86.2점을 획득했다. 중앙행정기관 평균 점수 83.6점보다 2.6점 높은 수준으로 2등급 이상을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부패실태 평가에서 4.7점이 감점되면서 최종점수가 81.5점으로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전체기관의 부패실태 감점 평균이 0.9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청은 감점이 5배나 컸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렴도 향상을 위해 노력을 했고, 실질적으로 성과가 있었음에도 구조적으로 불합리한 평가방식 때문에 감점이 커서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역시 청렴체감도 2등급, 청렴노력도 3등급을 받고도 감점이 커 4등급에 머물렀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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