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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99] 귀신도 놀랄 ‘통치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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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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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보니 415달러가 부족했지요. “이대로 입을 닥치고 있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요.” “그렇지만 고인이 6000 달러라고 했으니까. 우리들로서는 공연히…….” “잠깐” 하고 공작이 말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부족한 액수를 메꿔놓으면 어떨까요?” 그는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기 시작했지요. “공작, 그것 참 귀신이 놀라 자빠질 좋은 생각이군.” 왕도 금화를 꺼내서 쌓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정확히 6000 달러를 만들어놓았습니다. -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중에서

지난 정부가 집값, 소득, 일자리 통계를 폭넓게 왜곡, 조작했다는 정황을 포착, 감사원이 조사 중이다. 의도적인 표본 선정, 사실과 다른 숫자 기재, 조작에 관련된 사람들의 인사 특혜가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통계 마사지’에 개입했는가, 그에 대한 법적 처벌은 무엇인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저임금과 고용률, 소득이 높아지고 집값도 안정되었다며 지난 정권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탁월한 경제 묘수인 양 홍보했다. 2018년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던 통계청장의 발언은 정부 발표와 체감 경기가 왜 그토록 다를까, 하는 의문에 불을 지폈다. 2020년 8월까지 부동산 관련 정책을 23번 내놓았다는 보도가 증명하듯 전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허클베리 핀은 도망 노예 짐과 자유도시로 가던 길, 사기꾼들을 만난다. 프랑스 왕을 자처하는 노인과 영국의 공작이라고 허풍 치는 젊은 남자는 최근에 죽은 어느 영감의 형제라고 사칭, 유산을 가로채려 한다. 그가 남긴 금화와 유언장에 적힌 액수가 다른 걸 알고 사기꾼들은 억지로 금액을 맞춘다. 유가족의 신뢰를 얻어 더 큰 이익을 얻으려는 잠깐의 눈속임이다.

거짓이 이익이 될 때 사람은 거짓말한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권이 바뀌고 과거 정부의 범죄가 드러나면 정치 탄압이라고 항의한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조작은 없다. 통계의 선택과 체계 개선이 있었을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어느 정부가 깨끗하기만 할까. 그래도 사실과 다른 통계 발표가 ‘통치행위’라니, ‘귀신도 놀라 자빠질’ 변명이다.

[김규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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