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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줄이고 빼고 바꾸고…유통업계, 가격 끝판왕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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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다이소는 롤 클리너·롤백의 상품 종류를 늘리고 대량 생산해 가격을 낮췄다. 오른쪽 사진은 이마트가 대량매입을 통해 값을 낮춘 계란. [사진 아성다이소·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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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산 프리미엄 5중 면도날을 시중 가격의 3분의 1인 개당 5490원에 팔고, 1190원짜리 치약(120g)을 내놓는 등 이른바 ‘착한 가격’으로 유명한 스타트업 와이즐리컴퍼니는 지난달 말 사무실을 서울 삼성동에서 서초동으로 옮겼다. 그러면서 임대공간을 846㎡에서 214㎡로 줄였다. 전년 대비해 매출이 70% 뛰고, 면도기 시장 점유율을 9.3%로 키웠지만, 사무실은 3분의 1 넘게 축소한 것이다.

직원 40여 명을 이끄는 김동욱 대표의 책상은 별도 공간이 아닌 사무실 모퉁이에 있다. 이 회사 전윤아 매니저는 “임대료·운영비는 월 65%, 보증금은 53% 줄여 현금을 확보했다”며 “절약한 비용을 더 많은 제품 개발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속에서 유통 기업들이 ‘원가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새해 들어 생필품 가격 인상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가격 방어를 위해 “뺄 수 있는 것은 모두 빼서 ‘가격 다이어트 끝판왕’이 되겠다”는 얘기다.

주로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 지난해 3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아성다이소는 인기 제품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전방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주방용 밀폐용기에 들어가는 미국산 트라이탄 소재를 국산 에코젠 소재로 바꿨다. 직원들이 발품을 팔아 소재 업체를 발굴한 결과다. 한 가지 상품만 내놓으면 단가가 높아지는 롤 클리너 리필과 대용량 롤백은 상품을 다양화했다. 가령 상품 폭 길이를 10·16·24㎝로 나누고, 형태도 일자·사선형으로 구분해 같은 원자재를 쓰는 상품을 여럿 내놓았다. 이 결과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면서도 원가가 절감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완제품 공장이 아닌 부속품 공장을 찾아가기도 한다. 이를 통해 원하는 형태로 성형·제조할 수 있는 캠핑행어(수납기기)를 내놓았고 다이소 본사에서 디자인하고 생산을 맡긴 반짝 스티커 같은 히트제품을 발굴했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원가가 오를수록 유통 과정에서 거품을 걷어내고, 비용을 최소화해 가격·품질을 유지하고 있다”며 “10만 명에게 10%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100만 명의 선택을 받는 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어 이윤을 남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대량 매입과 사전 계약, 신규 공급처 발굴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다음 달 3일부터 두 달간 기존 7000원짜리 계란 한 판은 5480원, 개당 1300원대 CJ햇반은 998원으로 판매한다. 이 밖에도 신선식품(15개)·가공식품(27개)·일상용품(6개) 가격을 최대 50%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일단 바잉파워(구매력)가 있어 이런 가격이 가능했다. 회사 측은 “계란은 협력사 전체 생산량의 60%를 매입하고, 햇반은 평소 대비 세 배가량 매입 물량을 늘려 가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내부 포장재를 줄이거나 2인분 상품을 4인분으로 증량해 단위당 생산원가를 낮추는 건 기본이다. 예컨대 라면은 5개 단위 포장을 10개로 늘려 운반을 단순화했다.

다만 이런 가격 유지·인하 노력 과정에서 회사 구성원과 협력사에 과도한 ‘쥐어짜기’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가격을 부담시켜선 효과가 오래가지도 않을뿐더러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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