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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車는 속 썩이지 않아서” …‘일본차 자존심’ 렉서스, HV 1위 비결 [왜몰랐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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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전기차 돌풍에 위기
전기차 불만·불안에 주목받아
수입 하이브리드 부문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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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렉서스 ES,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사진출처=렉서스, 벤츠,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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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塞翁之馬)’

렉서스에서 연상되는 사자성어다. ‘울다 웃다’를 반복해서다. 자동차나 브랜드보다는 외부 환경 때문에 굴곡을 겪었다.

‘정숙성의 대명사’이자 고장 없고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HV) 명가’로 대접받다가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도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테슬라가 쏘아올린 전기차 열풍에 찬밥신세가 되기도 했다.

“렉서스 시대는 끝났다. 곧 망한다”는 평가가 나올 즈음 다시 살아났다. 아베 정권이 물러나고, 충전고통에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불만·불안이 확산된 게 영향을 줬다.

ES, 일본차 중 가장 많이 판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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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 [사진출처=렉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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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렉서스는 지난해 7592대 판매됐다. 벤츠(8만976대), BMW(7만8545대), 아우디(2만1402대), 폭스바겐(1만5791대), 볼보(1만4431대)에 이어 6위다.

전년보다 22.1% 판매가 줄었지만 일본차 브랜드 중에서는 판매 1위다. 토요타는 전년보다 2.8% 감소한 6259대, 혼다는 27.9% 줄어든 3140대를 팔았다.

지난해 일본차 판매 1위 자리도 렉서스가 차지했다.

일본차 맏형이자 하이브리드 제왕인 렉서스 ES는 독일차가 점령한 베스트셀링카(트림 기준) 톱 10에 포함된 유일한 비독일차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4869대다. 벤츠 E250(1만2172대), 벤츠 E350 4매틱(1만601대), BMW 520(1만445대), BMW X3 2.0(4911대)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렉서스 ES는 수입 하이브리드(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제외) 시장에서도 ‘제왕’ 타이틀을 지켰다.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렉서스 ES는 지난해 수입 하이브리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2021년 수입차 톱5에 다시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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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클래스(왼쪽)와 BMW 5시리즈 [사진출처=벤츠,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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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는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를 잡아본 유일한 비독일차다.

렉서스 ES는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차지했다. 매경닷컴이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2004~2022년 등록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ES는 2004~2005년 경쟁차종인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를 제치고 수입차 1위 자리를 2년 연속 차지했다.

2009년 8월 미국에서 악재가 터졌다. 렉서스 ES350이 시속 190km로 폭주하다 4명이 죽는 사고가 터졌다. 사고 원인 조사 결과, 결함이 발견됐다. 코롤라, 캠리, 프리우스 등 토요타 차종에서도 결함이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토요타와 렉서스 품질에 대한 신뢰는 분노로 바뀌었고 대규모 리콜이 시작됐다. 결함 논란 직격탄을 맞은 렉서스 ES 판매대수는 급감했다. 2009년 수입차 2위에서 2010년 8위, 2011년 11위, 2012년 23위로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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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캠리 [사진출처=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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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는 결함 논란에서 5년간 헤어나지 못하다가 2014년부터 신뢰가 점차 회복되면서 판매대수도 증가했다. 2016~2019년에는 다시 2~3위 자리를 유지했다.

2019년 하반기 국내에서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다시한번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렉서스 ‘탓’이 아니었다.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 도발이다. 억지 도발에 분노한 한국 소비자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NO재팬)에 나섰다. 렉서스도 ES도 직격탄을 맞았다.

렉서스 ES는 수입차 1위 자리까지 노리던 2019년에 3위로 내려앉았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판매는 호황을 기록하던 지난 2020년에는 6위로 떨어졌다.

렉서스 ES는 오뚜기처럼 다시 살아났다. 2021년부터 다시 도약했다.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지난해에는 5위로 내려갔지만 수입 하이브리드 1위 자리는 계속 지켰다.

렉서스, 품질·서비스 만족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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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도 전기차를 내놨지만 주력은 하이브리드다.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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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불매운동 와중에 렉서스ES 판매 증가세를 이끈 것은 품질과 서비스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한 ‘2021 자동차 기획조사’에서도 렉서스는 수입차 초기품질(TGW-i)·내구품질(TGW-d) 부문 1위에 올랐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전국 자동차 보유자 및 2년 이내 차량 구입 의향자 총 9만5382명을 대상으로 초기품질과 내구품질 기획조사를 실시했다.

초기품질은 새 차 구입 후 평균 3개월 동안 사용하면서 경험한 품질상의 문제점 수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내구품질은 새 차 구입 후 3년이 지난 소비자가 보유 기간 사용하면서 경험한 품질상의 문제점 수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렉서스는 컨슈머인사이트 수입차 판매서비스 만족도(SSI) 및 AS 만족도(CSI) 조사에서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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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인증 중고차 매장 [사진출처=렉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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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는 전기차 때문에 울다가 웃기도 했다. 처음에는 테슬라 모델3가 일으킨 전기차 열풍이 악재로 작용했다.

전기차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오랫동안 담당할 것이라고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가솔린·디젤 차량과 함께 빠르게 종말을 맞이할 것으로 여겨졌다.

지난해 반전이 시작됐다. 충전 고통과 화재 등으로 전기차에 대한 불편·불안이 확산하면서 하이브리드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명가’ 렉서스 입장에서는 또다시 새옹지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렉서스 ES는 운전·유지 스트레스가 적고 중고차 가치도 괜찮은 편”이면서도 “브랜드와 차주들 속을 애태우는 것은 일본 정치인의 도발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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