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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르포]"변덕스런 LNG는 첨단 기술로 다뤄야죠"...광양 바닷가 서커스 막사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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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포스코인터내셔널 LNG 2터미널 착공식
완공되면 난방용 천연가스 40일치 용량 한 번에 저장
한국일보

전남 광양의 포스코인터내셔널 LNG터미널 전경.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저장탱크 6기, 부두를 갖춘 이곳에 비슷한 규모의 제2 LNG터미널을 짓는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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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에너지가 안보 영역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짓고 있다. 저장 탱크와 LNG선박 시운전을 할 수 있는 부두, 가스가 전력발전소로 공급되는 배관망 등을 갖춘 LNG터미널은 LNG가 드나드는 역과 같은 곳이다. 2017년 문을 연 충남 보령 LNG터미널이 올해 안에 탱크를 1기 더 짓고, 울산(코리아에너지터미널)과 경남 통영(통영에코파워)에도 내년 새 터미널이 들어선다. 전국 5개 LNG터미널을 갖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도 2025년 12월까지 충남 당진에 터미널을 짓는다.

2005년 전남 광양에 첫 민간 LNG터미널을 만든 포스코인터내셔널도 31일 제2 터미널 착공식을 열었다. 제1터미널은 현재 LNG 73만㎘를 보관할 수 있는 저장탱크 5기와 LNG 선박의 각종 기능을 시험할 수 있는 부두를 갖췄다. 바로 옆에 2025년 두 번째 터미널이 지어지면 총 8기의 저장탱크에 LNG 133만㎘를 보관할 수 있게 되고, LNG선 시운전 부두는 2개로 늘어난다.

27일 현장에서 만난 서기식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업개발본부 그룹장은 "탱크 하나에 들어가는 LNG 20만㎘는 모든 국민이 6일 동안 난방용으로 쓸 수 있는 양"이라며 "저장탱크 8기가 완공되면 이것만 가득 채워도 전 국민이 40일 동안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밖에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첨단 기술이 필요해 착공에서 준공까지는 2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서커스 막사 같은 저장탱크...완공에 2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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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 국가산업단지의 LNG터미널에 설치된 LNG저장탱크. 공정률 55%인 탱크 6기에는 LNG 20만㎘ 저장이 가능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같은 기술을 적용해 2025년까지 탱크 7 ,8기도 짓는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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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LNG터미널의 저장 탱크는 외벽과 내부 지름이 각각 90.4m, 84m 규모로 축구장 하나를 방불케 하는 규모다. 탱크 외부와 내부 높이는 각각 55.8m, 3.2m에 이른다. 서커스 막사처럼 생겼지만 서 그룹장은 "단열재부터 콘크리트, 신기술인 고망간강까지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말했다.

①기체 상태로 뽑힌 천연가스는 ②영하 162도에서 액체로 바뀐 뒤 선박에 실려 국내로 들어온다. ③저장탱크에 옮길 때 다시 기체로 바뀌어 옮겨지고, ④탱크에 담겨서는 다시 액화한다. 가스 산지마다 밀도가 달라 같은 탱크에 다른 산지 가스가 함께 담길 때 액화석유가스(LPG)를 넣어 농도를 맞춘다.

특히 탱크에서 천연가스가 기체로 바뀌지 않도록 하려면 꾸준히 극저온을 유지하는 기술도 필요한데, 이 회사는 5기 탱크부터는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소재 '고망간강'을 사용 중이다. 이전까지는 극저온의 LNG를 견디는 저장탱크 소재로 인바(니켈 합금강) 또는 알루미늄, 스테인리스강 등을 썼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공정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강도가 낮은 문제가 생겼다. 반면 고망간강 저장 탱크는 기존 소재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극저온에서도 좋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서 그룹장은 "2020년부터 5기 저장탱크를 운전했는데 부작용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현재 짓고 있는 6기, 2025년 완공할 제2터미널 내 7, 8기도 이 기술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개혁 조치 햇수로 3년 만에 첫 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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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 LNG터미널 부두에 LNG운반선이 정박한 모습. 현장을 찾은 27일에는 바람이 심해 SK ES의 LNG운반선이 정박하지 못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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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터미널의 기술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곳은 부두다. ①부두에 닻을 내린 선박에서 LNG를 빼내거나 ②이걸 다시 저장탱크에 실을 때 ③탱크에서 전국 발전소로 천연가스를 보낼 때도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날은 바람이 심해 알제리에서 온 SK E&S의 LNG운반선이 부두에 정박하지 못해 저장탱크에 옮기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

광양터미널에서는 이 기술을 활용해 2010년 LNG선적 준비 서비스(가스 트라이얼‧Gas Trial) 사업을 시작, 지금까지 국내외 LNG운반선 250척의 시운전을 맡았다. 조승룡 광양터미널부 부장은 "새로 만든 LNG운반선은 상업용 운전에 들어가기 전 가스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지 점검이 꼭 필요하다"며 "최근 LNG 운반선 수주 호황으로 관련 요청이 더 늘 것"으로 전망했다. 제2터미널에 짓는 부두 역시 7, 8기 저장탱크와 마찬가지로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광양 제2LNG터미널은 문재인 정부의 규제 개혁 과제가 정권을 넘겨 빛을 본 케이스다. 저장탱크 증축은 국토부, 탱크를 통한 LNG 추가 배송은 한국가스공사, 부두 증축에는 항만법을 관할하는 해양수산부 등 여러 주체의 승인이 필요했다. 2021년 6월 기획재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기업투자프로젝트 신규 발굴 후보 과제로 선정, 부처들이 몇 달에 걸친 협의 끝에 2022년 10월 공사 계획이 승인됐고 햇수로 3년 만인 31일 첫 삽을 떴다.


광양=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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