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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모라토리엄’에서 ‘혈혈단신 출두’까지, 돌아온 승부사 이재명[이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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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당직자·지지자 나오지 말라” 나홀로 檢 출두 승부수

지불유예·단식 농성·계곡 정비 등 명분 세우면 관철시킨 이력

비주류 정치인에서 유력 대권주자로 거듭난 ‘승부사 기질’

검찰 추가 소환조사 앞두고 ‘정치 보복’ 명분으로 투쟁 신호탄



헤럴드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전북 군산시 공설시장을 찾아 힘줘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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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당 대표에 취임하고 처음으로 ‘장외 투쟁’을 결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에는 예정 없던 기자 간담회를 열고 검찰의 추가 소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가 소환은 지도부 대다수가 반대했던 사안이지만 이 대표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특히 이번 검찰 출석에는 의원과 당직자는 물론이고 지지자 그 누구도와 동행하지 않고 홀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그간 본인을 향한 검찰 수사에 당과 국회를 방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당 안팎의 비판을 받아온 이 대표가 보호막을 걷어내고 사실상 검찰과 ‘일대일 승부’를 선언한 셈이다.

‘정치적 명분’이 세워지면 어떤 난관이라도 뚫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며 유력 대선주자로 성장한 이 대표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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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이 대표의 승부사 기질이 일반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되기 시작한 때는 201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7월 제 19대 경기도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이 대표는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했다. 전임 성남시장이 특별회계 자금을 일반회계로 부당하게 전용하면서 발생한 부채가 당시 성남시 재정으로 감당할 수준을 벗어났다는 판단 아래, 신임 시장으로서 정치적 파장을 감당하며 지불유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취임 당시 “판교특별회계예산에 의해서 5400억 원의 엄청난 돈을 불법적으로 인출해 다른 일반 사업에 써버린 상황”이라며 “주요용도가 시청사를 짓는 것, 황금도로라고 불리는 공원 확장공사 그리고 6270억 원의 엄청난 예산 낭비를 가져왔던 은행2동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3곳에 써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시에 5400억 원이나 되는 돈을 채워 넣을 수 없으니 나눠서 갚아 나갈 수밖에 없었고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성남시는 2014년 1월, 모라토리엄 선언 3년 6개월 만에 부채를 모두 상환하고 모라토리엄 종료를 선언했다. 성남시의 재정위기 극복은 당시 이재명 시장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업구조 조정, 예산절감 노력과 함께 시민들의 지지로 인해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모라토리엄 종료를 선언하며 이 대표는 “7285억 원이라는 엄청난 부채를 가지고 있었는데 일부는 자산을 매각을 하고 세입을 늘리거나 세출 줄여서 갚은 부분만 4572억 원이었다”며 “시민들 이해와 협조를 구해서 지출을 줄인 것과 착공하기로 했던 대규모 토목 사업의 연기하고 취소해서 마련한 재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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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농성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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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토리엄 종료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지만 여전히 비주류 정치인에 머물던 이 대표는 2016년 6월 단식 농성을 통해 ‘변방의 장수’에서 ‘야권 대선주자’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2016년 6월 7일, 당시 이재명 시장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를 하면서다.

단식 농성에 돌입하며 이재명 시장은 “정부안은 실험적인 정책들을 추진해온 일부 자치단체를 손보려는 보복성 정책으로, 재정 통제력 강화를 넘어 지방자치 뿌리를 파헤치는 것이 궁극적 의도”라며 “행정자치부의 칼끝은 지방자치와 분권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부의 개편안은 이 시장이 추진하는 성남시 3대 무상복지 사업이 시민들의 호응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정치적 의도에서 시작됐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에 당시 이 대표는 지방자치라는 명분을 기반으로 ‘이재명표 복지사업’ 지켜내기 위해 중앙정부와 결사항전을 펼친 것이다. 정치적 명분을 확보한 투쟁인 만큼 다른 지자체장들의 지원도 뒤따랐다. 당시 염태영 수원시장, 채인석 화성시장도 24시간 동조 단식을 했고 정찬민 용인시장, 신계용 과천시장은 정부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당시 유력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김종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잇달아 이 사장의 단식 농성장을 찾아 지지와 격려를 보내며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이 시장을 세웠다. 결국 이 시장은 당시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제도적인 문제 해결을 약속하며 10일 동안 이어온 단식을 중단했다. 단식 농성 후 이 시장은 19대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으로 7개월 앞당겨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민주당 후보 경선에 참여하며 정치적 입지를 한층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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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정비 사업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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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이후 이 대표의 ‘승부사 기질’은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정비’ 사업으로 다시한번 주목을 받았다. 경기도 내 불합리한 관행으로 역대 경기도지사 누구도 손을 대지 못했던 사업이 '계곡 정비' 사업이다.

이 대표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경기지역 하천·계곡 불법점유를 생활적폐로 보고 본인의 도지사 재임 기간 이를 뿌리뽑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 대표는 시민들의 생활관광 환경 개선이라는 명분을 지렛대 삼아 계곡 주변 상인들이 거센 반발에도 적극적인 행정권을 행사했다.

결국 이 대표는 당시 포상과 징계를 병행하며 경기도 각 시·군에 하천·계곡 불법시설물 철거하는 성과를 거두며 성남시민에 이어 경기도민들 사이에서도 폭 넓은 지지층을 형성했다. 이를 발판으로 이 지사는 유력 대권후보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이 대표는 0.37%포인트라는 역대 최소 격차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했다. 대선 패배 후 대장동 비리 의혹 등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기 시작했고, 이 대표는 당내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선과 같은 해 치러진 총선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이어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까지 거머쥐며 당내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때부터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데 당과 국회가 동원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 했을 당시에는 민주당 의원 40 여명이 동행하며 민주당을 향한 ‘방탄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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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소환 조사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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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대표는 지난 30일 검찰의 추가 소환조사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나홀로 출두’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당시 이 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당내 의원들과 지지자들을 향해 “저하고 변호사하고 가겠다”며 “갈등과 분열의 소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 아프시더라도 절대로 오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비로소 이 대표가 제1 야당이라는 든든한 방어벽을 밀어내고 검찰 수사에 혈혈단신으로 맞서는 구도를 형성하기로 결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하며 이 대표 스스로 정치적 명분이 확보됐다고 판단, 본격적으로 정부·여당 그리고 검찰과 정치 투쟁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을 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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