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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검찰, 정의용 전 안보실장 소환...정점에 다다른 강제북송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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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안보책임자에 위법성 추궁
7개월 수사 마무리 단계 접어든 듯
한국일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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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재인 정부 대북·안보라인의 최고책임자였던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3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정 전 실장을 소환조사했다. 정 전 실장은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과 함께 2019년 11월 탈북어민 2명의 강제북송 결정을 주도한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작년 7월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됐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이끈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탈북어민 2명을 나포하기 전 이미 강제추방 방침을 세운 것으로 의심하고, 북송 결정 전후의 의사 결정 과정을 추궁했다. 앞서 검찰은 안보실 관계자가 나포 전날인 2019년 11월 1일 국가정보원에 북한 살해범을 거론하며 대북 추방 사례가 있는지 문의한 정황도 포착했다. 국정원 역시 지난해 7월 서훈 전 국정원장 등을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안보실 개입 정황을 상세히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예정됐던 탈북 어민들 상대 정부합동조사가 조기 종료된 것도 안보실 주도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정원은 합동조사 이후 '강제수사 건의' '귀순' 등의 용어를 삭제하고, '대공혐의점 없음' 문구를 첨가하는 등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검찰은 그간 7개월간 수사를 통해 청와대 내부 의사 결정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탈북민들이 '귀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헌법상 우리 영토인 북한으로 강제송환할 법적 근거도 없는 만큼 청와대의 북송 조치는 위법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공민증(북한 신분증)을 소지한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강제퇴거할 수 없다는 대법원 과거 판례도 이 같은 판단 근거 중 하나다.

그러나 정 전 실장은 "북송한 선원 2명은 귀순자가 아닌 동료 16명을 살해한 엽기적 살인마"라며 당시 북송 결정이 정당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또한 "나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귀순의 진정성도 없었다"며 "우리 법원이 흉악범죄에 형사 관할권을 행사한 전례도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날 정 전 실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북송 사건에 대한 책임 범위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사건 당시 정 전 실장의 지위와 지난해 검찰 수사 관련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관계자들을 대표해 입장문을 낸 점 등에서 정 전 실장을 강제북송 결정의 최고책임자로 봐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검찰은 지난달 서훈 전 국정원장을 조사했으며, 북송 방침이 결정된 대책회의를 주재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 정 전 실장 조사를 끝으로 7개월 넘게 진행돼 왔던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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