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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법치주의'라더니, 안전 감독에는 '처벌' 아닌 '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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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정부가 올해부터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처벌 중심'에서 '자율 예방 체계' 지원으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위험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 파악을 노사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종천처럼 산업안전법을 준수해야 할 강제성을 띄지 않아 안전에 미비할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31일 '2023년도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 방향을 사후 규제·처벌 중심에서 '위험성 평가'를 통한 자기규율(자율) 예방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이 로드맵의 핵심이다.

정부는 '위험성 평가'에 대해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자율적으로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감소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강제성이 없는 '자율'에 의존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사실 정부가 강조한 '위험성 평가'는 이번에 처음 도입된 제도가 아니다. 2013년에 처음 도입된 제도로, 사업주가 사업장 내 위험 요소마다 등급을 매겨 관리하는 제도다. 하지만 실제 사업장에서는 관리자가 임의로 작성하는 '서류 작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평가 결과가 모두 자율에 맡겨있는 터라 이를 엄격하게 따르지 않아도 처벌이 따르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따르는 이유다.

정부는 이같은 산업안전감독의 변화의 배경에 대해 "지난해까지 산업안전보건감독은 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처벌하는 데 방점을 두고 실시되었다"며 "이로 인해 기업은 감독을 통해 적발된 것만 개선하는 등 소극적 대응을 해왔고, 감독이 현장의 예방역량을 높이는 등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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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동부의 설명과는 다르게 산업안전보건감독 처벌로 인해 지난해 상반기에만 산업안전보건감독과 처벌로 위반율이 10% 포인트 이상 줄었다. 노동부가 지난해 상반기 9506곳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점검 및 감독을 한 결과에 따르면, 대상 사업장의 산안법 위반율은 3월에는 3월 57.1%를 기록했지만 6월에는 45%로 낮아졌다. 안전보전조치 위반율도 32.2%에서 20.1%로 1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노동부는 매년 이뤄지는 산업안전감독 중 정기감독도 위험성평가 점검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위험성 평가 특화점검은 위험성 평가의 이행·절차에 대한 적합성과 개선 대책의 효과성 등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점검을 통해 지적된 사항은 시정명령을 통해 개선토록 하되, 개선 노력이 없는 경우 불시감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하거나 최근 1년간 3명 이상 사망이 발생한 사업장 등에 대한 특별감독은 반드시 본사를 포함해 실시할 계획이다. 필요 시 다른 지역 사업장까지 확대해 위험성 평가 기반의 감독에 나선다. 중대재해로 형이 확정된 이후 5년 내 다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처벌이 가중될 수 있도록 위험성 평가 실시 여부 등을 증거로 첨부해 활용하는 등 병합·집중 수사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6일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는 논평을 내고 "이미 실패한 자율안전 정책의 답습인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기업 처벌을 축소하고 노동자 처벌조항을 확대하는 등 경영계 요구를 대폭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는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기업에 의한 조직적이고 구조적 범죄임을 분명히 하여 중대재해를 해결하고자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취지대로 온전히 시행되어야 하며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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