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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실화 모티프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배두나 꼭 필요, 김시은은 보자마자 소희였다" [SE★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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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

2017년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 기반

'도희야' 정주리 감독, 배두나·김시은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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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로 현장 실습을 나간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과정을 다룬 1부 영화 끝에 바로 이어 두 번째 주인공, 형사가 등장하며 2부가 시작된다. 관객은 이미 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직접 봐서 알고 있다. 2부의 주인공은 사건의 실체를 더욱 깊게 파고들며 질문을 던진다.

독특한 구성의 영화가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돼 호평을 잇고 있다. 한국영화로서는 최초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되고 북미 최대 장르 영화제인 캐나다 판타지아국제영화제에서는 감독상과 관객상까지 2관왕을 기록하는 등 수상 소식도 줄을 이었던 강렬한 영화가 오는 8일 드디어 국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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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음 소희'(각본/연출 정주리 감독) 언론배급시사회 겸 기자간담회가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상영 직후 먹먹한 분위기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정주리 감독과 배두나, 김시은 배우가 차례로 입장해 '다음 소희'와 함께한 소감을 차분히 전했다.

'다음 소희'는 영화 '도희야'(2014) 이후 정주리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감독이 배두나와 함께한 두 번째 장편이자, 두 번째 칸 영화제 진출작이라는 점이 먼저 눈에 띈다. 감독은 '다음 소희'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배두나 배우를 염두에 두고 형사 '유진'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왜 배두나 배우인가'라는 질문에 정 감독은 "너무 어려운 역할인 데다 감정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제 상상을 넘어서는 섬세함과 그 인물을 제대로 연기해야 하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했기에 처음부터 배두나 씨였다"라고 확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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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가 맡은 '유진'은 말 그대로 표현이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배두나는 이번에도 다시 형사 역할을 맡았지만, 그가 지금껏 연기해 온 여느 형사 캐릭터 중 가장 어두운 내면을 표현해내야 했다. 그리고 영화 후반, 그 감정을 크게 폭발시켜야 했다.

배두나는 이에 대해 "정말 독특한 구조의 영화였다"라며 "한 명이 1부를 쭉 끌고 가다가 사라지면 두 번째 여자가 나와서 2부를 끌고 가는 구조인데 관객 분들은 이미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다 본 상태다, 제가 사건을 되짚어 볼 때 제가 스스로 섬세하게 날 것 그대로 바라보지 않으면 굉장히 티가 날 것 같았다"면서 "관객 분들과 함께 페이스를 맞춰가려고 노력했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왜 형사인가'라는 질문에는 "실제 형사라기보다는 이 문제를 꾸준히 고민해 오셨던 기자분들, 교육계 종사자 분들이 모델이었다"라고 감독은 설명했다. 정 감독은 "제가 이 사건을 알게 된 것도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시사 프로그램이었고, 이 일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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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중심 사건의 당사자인 고등학교 현장 실습생 소희 역할은 신예 배우 김시은이 맡았다. 소희는 사회생활 첫 발을 콜센터에서 내딛고 "나도 이제 사무직 여직원"이라며 아주 잠시 기뻐하지만 이내 부당함과 차별의 끝을 느낀다. 김시은은 소희에 대해 "춤을 좋아하고 좋고 싫음을 분명히 표현할 수 있는 친구였는데 현장 실습을 가면서 점점 고립된다"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로봇처럼, 기계처럼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라고 연기 당시를 떠올렸다.

김시은은 한겨울 촬영장에서도 영화 속 차림새대로 슬리퍼를 신고 있는 등 열연을 펼쳤다는 후문. 이를 본 배두나는 김시은을 보고 "메소드 연기"라며 놀리기도 했다고. 배두나와 감독의 말에 따르면 김시은은 처음 보자마자 딱 '소희' 같았다고 했다. 김시은은 "첫 작품을 정주리 감독님과 배두나 선배님과 같이 하다니, 책임감과 부담감이 많이 들었었는데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좋은 소식을 많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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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현실은 그대로였다. 영화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됐다고 했다. 감독은 지난 2021년 10월 여수 요트선착장에서 있었던 현장 실습생 사망 사건을 언급했다. 감독은 "그 사건이 엄청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심지어 교육부 장관도 사과하고 대통령까지 나섰는데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잊혀 갔다"면서 "그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되게 참담했다, '다음 소희'의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그때 분명해졌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영화는 2017년 1월 전주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이 모티프다. 감독은 콜센터 근무 환경이나 근무 조건 등 가급적 모든 것을 사실적인 것들로 채우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소희와 유진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나머지는 최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려고 애썼다고. '다음 소희'가 왜 지금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는 "너무 늦었지만 이제 알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저 역시도 그 일을 반복하게 한 사회 전체의 일원이었다는 반성 때문이기도 했다"라고 감독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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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다음 소희'라는 영화 제목에도 여러 의미로 담겼다. 영화 속 소희는 콜센터 팀장님 다음으로 회사 내부의 부당함을 힘껏 외쳤던 존재다. 형식적으로는 소희가 주인공인 1부 다음에 유진이 등장하는 2부로 이어지는 구조이기도 하다. 감독은 "소희만의 이야기, 하나의 사건만이 아닌 이전과 그다음까지 영원히 반복되어야만 하는 건지 묻는 저의 마음이 담긴 제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희는 죽었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서 소희가 계속 다음 삶을 살았으면 한다, 영화를 통해 많은 소희들이 살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부연했다. 8일 개봉.

강신우 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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