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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 국립의료원·이건희 병원 속도…2027년 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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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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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7년까지 총 사업비 1조7000억원을 들여 서울 중구 방산동의 옛 미군 공병단 용지에 국립중앙의료원을 신축한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유지였던 감염병전문병원(가칭 이건희병원)도 공병단 용지에 함께 들어서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설계 발주를 비롯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31일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과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규모를 설정했다"며 "정부 사업비 1조1726억원에 이 전 회장 유족이 기부한 5000억원을 합쳐 2024년 착공해 2027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미군 공병단 용지로 이전한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03년부터 노후화한 국립중앙의료원을 추진했으나 20년간 표류했다. 2014년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일대로 옮기는 방안이 발표됐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예정지 인근을 지나는 경부고속도로 차량 소음 등으로 무산됐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감염병전문병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때마침 삼성가(家)가 2021년 4월 이 전 회장의 상속 재산을 정리하며 7000억원을 중앙의료원에 기부하면서 물꼬를 텄다.

유족의 뜻에 따라 정부는 7000억원 중 5000억원을 중앙의료원 이전 계획의 일부인 감염병병원 건립에 쓰기로 했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설비 구축과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에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감염병전문병원 용지 확보 비용은 국비로 하고, 삼성이 기부한 5000억원은 병상과 병원 신축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병원 이전 예정지인 공병단 용지는 2018년 8월 미군 부대가 평택으로 옮겨가면서 소유권이 국방부로 넘어간 상태다.

최근 기재부는 복지부의 국립의료원 신축 요구안을 축소하는 방침을 통보하며 국립의료원 측과 갈등을 빚었다. 복지부는 현재 국립의료원 본원 병상 수(496병상)의 2배 수준인 1050병상 규모의 신축 사업비를 요구했다. 이에 기재부는 수도권 종합병원 병상 등을 바탕으로 의료 수요를 산정해 760병상 규모로 사업비를 조정했다.

일단 사업에 속도를 붙여 2027년 준공과 개원이 목표지만 계획보다 2~3년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앙의료원은 1958년 서울 중구 을지로6가 현 위치에 개원한 뒤 한 번도 신축된 일이 없다. 처음 10년간 스칸디나비아 3국의 지원을 받아 당시 국내 최고 병원으로 환자가 몰렸지만 이후 국내 대학·종합병원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중앙의료원은 위상이 떨어졌다.

이전 사업에 대한 중앙의료원 측과 소속 의료진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중앙의료원 측은 "기재부가 당초 확정한 사업비를 삭감했다"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소희 전문의협의회 회장은 "기재부가 제시한 526병상으로는 취약계층에게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확정된 예산을 삭감한 일도 없을뿐더러, 애초 중앙의료원이 요구한 신축 이전 계획이 지나치게 방만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중앙의료원은 본원 병상 수를 496병상에서 800병상으로 늘리고 감염병전문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을 새로 짓는 총 1050병상 규모의 계획안을 제출했다.

기재부는 조정 과정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검토 결과에 따라 본원 526병상, 감염병전문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760병상 수준으로 사업을 확정했다. 중앙의료원이 요구했던 사업비 1조2341억원도 1조1726억원으로 깎였다. 기재부 예산당국 관계자는 "중앙의료원 인근에는 이미 대형 종합병원이 많아 지금도 중앙의료원 병상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고 적자 경영 중"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의 기부로 짓게 될 감염병병원, '이건희병원'의 정식 명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 건립 과정에서 차차 논의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환 기자 / 이종혁 기자 /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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