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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고금리에 대출금리 인하 요구 봇물…은행마다 수용률 다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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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상반기 금리인하요구 88만여건…전년대비 두배 급증

소득·재산 증가, 신용도 개선 등 사유, 은행별 등급도 영향

이복현, 은행권에 “신용도 개선 차주 금리 부담 줄여달라”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새해 팀장으로 승진한 40대 직장인 정모씨. 올해부터는 일을 쉬고 있던 아내도 다시 일자리를 구할 예정이어서 곧 맞벌이 부부가 된다. 예년보다 소득이 늘어나면 신용도가 올라 시중은행에서 받았던 연 5%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다소 내리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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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은행 앞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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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국면이 지속되면서 급증하는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금리를 다소나마 낮출 수 있는 ‘금리 인하 요구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금리 인하를 신청해도 은행이나 차주별로 기준이 달라 수용률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진·취업했다면, 누구나 대출금리 인하 요구

대출을 받은 차주라면 법에 의해 금리 인하 신청이 가능하다. 은행법 제30조의 2에서는 ‘은행과 신용공여 계약을 체결한 자는 신용 상태 개선이 나타났다고 인정되는 경우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지난 2년여간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금리 인하 요구 신청은 88만8619건으로 전년동기(34만1783건)대비 두배 이상 급증했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지난해 상반기 처음으로 획일화된 통계 기준이 적용됐고 중복건수도 있어 전년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수용건수가 22만797건, 이자감면액 728억2900만원으로 같은기간 각각 158%, 24% 늘었음을 감안할 때 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가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신청건수대비 수용건수인 수용률은 은행별로 크게 차이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KDB산업은행은 95건이 신청해 88건이 수용, 92.6%의 수용률을 기록했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인 NH농협은행(56.8%), 우리은행(46.5%), KB국민은행(37.9%), 하나은행(33.1%), 신한은행(32.4%)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산업은행의 경우 신청건수 대부분인 94건이 기업대출인 반면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더 큰 것이 차이점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신청건수는 3만3650건에 달하며 이중 3만3544건(99.7%)가 개인대출로 정반대다.

지난해 상반기 가계대출의 금리 인하 요구권 신청은 85만236건으로 이중 23.6%인 20만910건이 수용됐다. 기업대출 수용률은 51.8%(3만8383건 신청 중 1만9887건 수용)으로 더 높다.

기업대출의 금리 인하 사유는 재무상태 개선(이익 증가, 부채 감소 등), 신용도 상승(회사채 등급 상승, 추가 담보 제공 등) 등인데 상대적으로 명확한 지표여서 수용률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도 은행별 차이는 크다. 농협은행이 56.8%로 가장 높고 이어 SC제일은행(49.0%), 우리은행(46.5%), IBK기업은행(38.7%) 등 순이다. 가계대출이 1건인 산업은행을 제외하면 제주은행은 6.7%로 가장 낮다.

가계대출에 대해 5대 은행을 기준으로 수용건수로 보면 신한은행 3만2218건(이자 감면액 27억8800만원), 국민은행 1만2718건(8억7900만원), 우리은행 8370건(7억7800만원), 농협은행 4883건(5억500만원), 하나은행 3861건(11억9400만원) 순으로 많았다.

금리 인하 사유 있는지도 몰라, 활성화 필요

가계대출에 대한 금리 인하 요구 사유는 대체로 비슷하다. 취업이나 승진, 이직, 전문자격 취득 등을 통해 소득이 증가했거나 자산 증가 또는 부채 감소로 자산이 증가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신용평가회사의 개인신용평점이 상승했다면 신용도 상승 측면에서 금리 인하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 국민은행은 KB 스타클럽 신규 선정, 우리은행은 우리가족 우대서비스 등급 상향 같은 별도의 사유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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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별로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금리 인하 사유가 발생해 신청을 하더라도 은행은 내부 신용평가에 따라 등급이 개선된 경우에만 대출금리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재산이 증가했지만 이미 은행 신용등급이 최고 수준이어서 최저금리를 적용받고 있거나 연봉이 상승했음에도 인상률이 높지 않아 은행 기준에 미달하는 사례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대출 심사 기준이나 금리 산정 방식이 다르듯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서도 은행별로 신용평가모형이나 크고 작은 기준이 있는데 내부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사항이 공개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차주가 금리 인하 사유가 발생했는지 알기도 어렵다. 승진을 하거나 연봉이 올라도 당장 신용도가 언제 개선될지 모르고 은행이 모든 사유에 대해 따로 통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 10월 발표한 금리 인하 요구권 활성화 방안에 따라 연 2회 정기적인 안내와 홍보를 실시하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금리 인하 노력을 지속 당부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8일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신용도가 개선된 차주가 금리 인하 요구권을 활용해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활성화 노력을 지속해달라”며 “은행의 금리 인하 수용 여부가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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