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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금융 CEO 선임 해외 사례 살펴 보니...당국이 '자격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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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금융사 임원 자격 검증 등 제도화
'관치' 고리 끊으려면 자율성과 균형 필요


파이낸셜뉴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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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현재 미국, 영국, 싱가포르, 홍콩, 유렵연합(EU) 등 다수 선진국은 금융회사 주요임원의 자격요건을 감독당국이 심사하는 제도(Fit and Proper)를 운영한다. 다른 사기업에 비해 금융회사의 공공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에서의 경험과 도덕성 등을 평가한다.

하지마 금융권 인사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깊이 개입하면 '관치 논란'이 불거진다. 반면 경영 자율성을 앞세우면 '황제 연임' 문제가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개선에는 공감하면서도 금융당국 힘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감시와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단지 해외 사례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국내 상황에 맞게 내실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임원·이사회 구성도 평가"
1월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수 선진국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출 절차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회사 주요임원 자격 등을 금융당국이 심사하고, 제도를 통해 이사회 구성에도 적극 관여한다.

일례로 EU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럽건전성감독지침에 따라 주요금융기관 임원후보자에 대해 후보자의 경험, 평판, 이해상충가능성, 직무전념성 등을 금융당국이 심사한다. 영국은 금융서비스법(FSA)에서 금융감독기구가 관할 업무와 관련해 금융회사의 임원이 적합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심사해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CEO 자격기준과 승계프로그램을 지배구조내부규범에 반영한 곳도 있다. 미국의 씨티그룹은 매년 경영진에 대한 역량평가를 통해 내부 후보군을, 외부전문기관 협조로 외부 후보군을 선정해 승계절차가 보다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인사부서에서 CEO 후보자 양성 프로그램을 사전 운영해 평가 결과를 토대로 선정된 후보자를 이사회에 추천하고 있다.

CEO 선출 과정에서 주주의 역할을 보장하기도 한다. 미국 소액주주운동단체인 LiuNA는 CEO 승계계획과 관련해 이사회에 대한 주주제안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 및 은행 주요주주 대부분이 재무적 투자자로서 최소한의 재무성과만 보장되면 이사회의 결정에 순응하는데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부 국가는 이사회가 전문성과 자질을 갖춘 구성원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모범규준을 제시했다. 싱가포르는 회계나 금융, 경영경험, 산업, 기획, 소비자 등에 대한 핵심역량과 지식을 갖춘 자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자체 규범을 만들었다. 영국은 임추위가 신규임원을 추천할 때 이사회가 기술과 경험, 독립성, 지식에 있어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평가해 결정해야 한다.

■제도-자율성 상호 견제 필요
하지만 국내 '셀프 연임' 관행은 단순히 해외 사례를 가져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표이사 선임에 정부와 금융당국 입김이 세지면 자칫 '관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결국 국내 실정에 맞는 '견제와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한 야당 정무위 관계자는 "문제가 두 개다. 하나는 관치가 심해지는 것, 또 하나는 회장이 성벽을 쌓아두고 견제를 받지 않는 것"이라며 "두 가지를 다 해결할 방법을 찾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도 본지와 통화에서 "법안은 의미있지만 금융당국, 정부에서 대외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 뿐 아니라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지도 금융당국이 표명하고 실제 전직 관료들도 스스로 이런 자리는 고사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에서 최소한의 규제로 시장의 자율성을 담보한 상태에서 CEO의 성취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홍민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CEO 연임시 평가 수치에 투자자 반대나 이사회 참호구축 등이 확인되면 패널티를 주는 방안과 함께 능력있는 CEO가 피해보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내부 감시규율 체계와 외부 시장감시 기능을 연계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같은 세미나에서 김형석 한국ESG기준원 정책연구본부장은 "만약 적절한 후보 검증 절차가 미비하면, 평소 사외이사와 교류가 많았던 현직 CEO가 불투명한 절차를 통해 연임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관투자자도 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 후보 추천과정의 투명성·공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할만한 근거가 충분하다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각종 공개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업무 보고 사전브리핑에서 "해외 제도를 참고해서 합리적으로 개선해보자는 생각"이라며 "행태가 바뀌어야 하는 이슈가 많은데 제도만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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