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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엉뚱한 도로 건설만 승인했다... 신도시~서울 ‘교통지옥’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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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계획 세우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교통 해소 도움되는 도로는 계획서 빼고

효과 거의 없는 도로만 계획에 넣어

서울과 일산·김포한강·평촌·분당·판교 등 1·2기 신도시를 잇는 도로들의 극심한 교통 정체가 잘못된 교통 계획 때문일 수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2개 이상의 시·도에 걸치는 도로의 신설·확장 계획을 결정하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교통 혼잡 해소 효과가 큰 도로의 건설은 승인하지 않고, 효과가 거의 없는 엉뚱한 도로의 건설만 승인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31일 공개한 ‘광역교통망 구축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광위는 2021년 7월 발표한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2021~2025)’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11개 교통축 가운데 ‘과천/안양축’, ‘하남축’, ‘김포축’, ‘고양/파주축’, ‘성남축’은 2025년까지 교통 혼잡이 현재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모두 1·2기 신도시와 서울을 잇는 축으로, 통행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도로가 감당할 수 있는 용량에 비해 각각 통행량이 33%, 28%, 22%, 19%, 14%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한국교통연구원은 도로 3개만 신설하면 이 5개 교통축의 혼잡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광위 의뢰로 진행한 연구를 통해 내놓은 결과였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과 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을 잇는 1.7km짜리 ‘시흥대로 지하차도’를 만들면 서울과 과천·안양을 잇는 교통축의 혼잡도를 11.6%포인트나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과 인천 계양구 상야동을 잇는 7.2km짜리 도로를 만들어도 서울과 김포를 잇는 교통축의 혼잡도를 4.4%포인트 낮출 수 있을 것이었다. 제2자유로를 성산대교까지 연장해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까지 이어지는 5.5km짜리 도로를 만드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서울에서 고양·파주로 이어지는 교통축의 혼잡도를 0.3%포인트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변 교차로를 개선하고 연계된 도로를 넓히면 혼잡도를 추가로 상당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 건설에 5149억원이 들어가겠지만 경제적으로 이보다 훨씬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어느 사업도 대광위가 발표한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에 포함되지 못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도로 건설 기간에 도심 교통 혼잡이 심해지거나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3개 도로의 건설에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이런 지방자치단체들을 설득해 도로 건설을 성사시켜 교통 혼잡을 해소하는 것이 대광위의 기본 임무였으나, 실제로는 대광위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반면 교통 혼잡도를 낮추는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난 도로들의 건설은 승인됐다. 인천 서구 대곡동과 경기 김포시 마산동을 잇는 길이 3.0km짜리 도로는 교통 혼잡이 심할 것으로 예측된 5개 교통축에 해당되지 않았고, 교통량이 도로 용량의 74%밖에 되지 않아 교통 흐름이 원활한 구간에 해당돼 사실상 건설할 필요가 없는 도로였는데도 대광위가 신규 사업으로 선정했다. 인천과 경기도가 모두 도로 신설에 동의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대광위가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을 계속 하라고 승인한 5개 사업 가운데 천왕~광명시계, 태릉~구리IC, 인천 서구 거첨도~약암리 구간 도로 신설 사업과 봉오대로~김포공항 구간 도로 확장 사업 등 4개 사업은 혼잡도 개선 효과가 1%포인트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써 도로를 개통해도 교통 혼잡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들이라는 것이다. 인천 벌말로 확장 사업은 교통 혼잡도는 3.4%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2012년 계획에 포함된 이후 10년이 넘도록 실제 사업 추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수도권 광역 교통의 혼잡도 개선 효과가 높은 사업 대신 개선 효과가 낮거나 계획 기간 내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 제4차 광역교통시행계획에 포함됐다”며 “이 계획이 추진될 경우 사업의 실행력을 떨어트리고 교통 혼잡으로 인한 국민 불편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광위는 감사원 지적을 받아들이면서 “향후 경제성뿐만 아니라 광역교통축의 혼잡도 개선 효과를 검토해 개선 효과가 높은 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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