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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연금개혁은 '죽는 길'인데...마크롱은 왜 정치생명을 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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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가야 할 길... 올해는 연금개혁 원년"
프랑스, 출생률 감소세에 정년도 짧아...
연금 고갈 속도 빨라지는 것 불가피
한국일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헤이그=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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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은 국가 지도자가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국정 과제다. 연금 재정 고갈을 막는 것이 목적이기에 연금 수령자에겐 돈을 덜 주고 연금 기여자에게 돈을 더 걷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달가워할 유권자는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안에 연금개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2023년은 프랑스 연금개혁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민심은 마크롱 정권 심판을 선언했다. 31일(현지시간) 파리에선 최소 100만 명이 참가하는 연금개혁 저지 시위가 열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왜 정치생명을 걸면서까지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걸까.

"2030년 18조원 적자"... '낮은 은퇴연령 조정 필요' 판단도


연금 제도는 '경제 활동을 하는 인구'가 '경제 활동에서 은퇴한 인구'를 떠받치는 원리다. 저출생·고령화 사회에선 작동이 어렵다. 프랑스의 출생률은 2020년 기준 여성 1명당 1.83명. 미국(1.64명), 독일(1.53명)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축에 속하지만, 감소세다. 반면 기대수명은 82.18세(2020년 기준)로 오르는 추세다.

프랑스 연금오리엔테이션위원회(COR)에 따르면, 1960년 연금 수혜자 1명당 연금기여자는 4명이었는데, 2019년엔 1.71명이 됐다. 2040년에는 1.5명으로, 2070년에는 1.2명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정부가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 시점"(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특히 '베이비붐(Babyboom)' 세대, 일명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당장' 개혁을 해야 한다고 정부는 본다. 베이비부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산율이 급증한 1946~1964년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은퇴해 연금을 수령하면 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2030년 연금 적자가 135억 유로(약 18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국제사회와 비교할 때 프랑스 은퇴 연령이 낮다는 점도 연금개혁 필요성의 이유가 됐다. 프랑스의 법정 정년은 62세다. 독일·이탈리아(67세), 스페인(65세) 등보다 낮다. 프랑스 정부는 2030년까지 정년을 64세로 올린다는 계획인데, 정부 안대로 바뀌어도 여전히 낮은 축에 속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29일 "유럽 국가들과 프랑스를 비교할 때 연금개혁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프랑스 국민의 약 70%가 연금개혁에 반대하고 있지만, 마크롱 정부의 결단에 지지를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파리 피에르 마리 퀴리대에 다니는 오드리(20)씨는 한국일보와 만나 "사람들이 평균 70세까지 살 때와 80세까지 살 때의 근로 기간은 달라야 한다"며 "연금개혁은 '합리적이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파리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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