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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경찰 폭행에 사망한 흑인, 응급처치도 못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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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피해자 타이어 니컬스(29)가 7일(현지시각)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교통 단속 중이던 경찰관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후 경찰차에 기대어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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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경찰관 집단 폭행으로 숨진 타이어 니컬스(29)가 사건 직후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장에 구급대원들이 출동했으나, 별 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3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포브스 등에 따르면, 지나 스웨트 멤피스 소방서장은 성명을 통해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고 27분이 지난 뒤에야 니컬스가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스웨트 서장은 “구급대원들은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니컬스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운전대원도 차량에서 내리지 않아 규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 2명과 구급차 운전대원 1명은 해고 조치됐다고 스웨트 서장은 밝혔다. 해고된 이들은 로버트 롱, 자마이클 샌드리지(이상 구급대원)와 미셸 휘태커(운전대원)다.

니컬스는 지난 7일 오후 8시쯤 멤피스의 한 도로를 지나던 중 교통 단속에 걸렸다. 경찰관들은 난폭운전 혐의로 니컬스의 차량을 세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외신들은 “공개된 바디캠 영상에도 이와 관련한 정황은 담기지 않았다”며 “경찰관들이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 니컬스를 폭력적으로 차에서 끌어내려야 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고 했다.

바디캠 영상은 경찰관들이 길에 세워진 차량으로 다가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경찰들은 차량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있던 니컬스를 끌어내려 길바닥에 엎드리도록 했다. 그들은 길에 엎드린 니컬스를 압박한 상황에서도 “바닥에 엎드려” “움직이지마”라고 했다. 니컬스는 “이미 바닥에 엎드린 상태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있지 않냐”고 말했지만 경찰의 과잉대응은 계속됐다.

놀란 니컬스는 경찰들 사이를 빠져나가 달아났으나, 얼마 못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관들은 니컬스를 다시 바닥에 눕힌 뒤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했다. 경찰이 니컬스의 얼굴에 페퍼 스프레이를 뿌리는 장면도 담겼다. 이후 이어진 장면을 보면 구타를 당한 니컬스는 순찰차에 기대어 앉아 있다. 그가 몸을 가누지 못해 바닥으로 쓰러지자, 한 경관이 다가와 그의 몸을 일으켰다.

구급대원들은 오후 8시 41분 현장에 도착했으나, 니컬스를 보면서도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8시 47분에야 구급대원 한 명이 니컬스에게 “어떤 약을 먹었냐”고 물어봤고, 8분 뒤에야 그를 구급차로 옮겼다. 니컬스는 오후 9시 8분 병원에 도착했다.

니컬스는 사건 사흘 뒤인 지난 10일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니컬스를 폭행한 경찰관 5명은 모두 흑인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해고됐으며, 2급 살인과 가중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됐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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