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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중증·응급 의사 근무강도 낮추고 형사처벌 특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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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필수의료 지원책…위험분야 지원·진료기피 막도록

당직후 휴식 보장·연속근무시간 감축…지방 전공의 배치 확대

"적정 의료인력 확충 추진"…의대정원 확대는 '뜨거운 감자'

연합뉴스

대형종합병원도 수술 의사가 없다?(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정부가 소아나 중증, 뇌혈관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의 근무 강도를 낮추고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 의료인력의 수도권 쏠림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방 의대의 지역인재 모집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치를 확대한다.

보건복지부는 31일 이런 내용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중증·응급·분만·소아 등 필수 분야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공공정책수가 도입 등 의료체계 개선 대책 외에 근무여건 개선, 인력 확충 등을 위한 대책을 세부적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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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 근무강도 낮추고 의료사고 부담 완화…'자긍심' 고취

복지부는 의사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 '기피 진료과'로의 인력 유입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당직 근무 후 휴식 시간을 보장하고 현재 36시간까지인 전공의 연속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의 경우 전공의의 연속근무시간을 24시간으로, 일본은 의사의 초과근무 시간을 연 960시간(필수의료는 1천860시간)·월 10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 사고에 대한 부담으로 특정 진료과를 기피하지 않도록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형사 처벌을 하지 않도록 특례법을 제정하거나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입법 추진 과정에서 피해자 재판절차진술권, 타 직역과의 형평성,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공의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이유가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법무부 등의 의견을 청취하며 법적인 논리를 검토하고 있다. 대법원이나 법원에서 가지고 있는 입법 태도도 검토해 어떤 형태로 법안을 만들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분만 시 불가항력 의료사고(뇌성마비 등)에 대한 피해자 보상금의 국가 분담 비율을 높일 방침이다. 현재 보상액은 최대 3천만원인데, 70%를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소아과의 경우 가뜩이나 의사 수가 적어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 지난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 있던 미숙아 4명이 하루 동안 사망한 뒤 의료진 3명이 구속된 사건까지 겹치면서 소아과 지원율이 급감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속된 3명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실제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정부 지정 전공의 수련기관)의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2023년 15.9%로 대폭 하락했다.

의사들은 의료행위 과정에서 고의적이 아닌,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늘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의료인이 구속되고 형사 처벌을 받는 일이 계속 발생한다면 위험 부담이 큰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중증·응급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환자단체에서는 "필수의료 지원이라는 취지와 관련이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성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필수의료를 지원하는 이유는 국민 건강에 가장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라며 "지나치게 의료 공급자 입장만 강조된 대책이다. 이미 지금 체계에서도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중증·응급 수술,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에 헌신한 의료인을 대상을 '한국의 의사상(가칭)을 도입해 필수 의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의사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대책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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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의료현안협의체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1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이 발언하고 있다. 2023.1.30 mon@yna.co.kr


◇ 의대정원엔 "확충" 원론적 입장…지역인재 모집·비수도권 전공의 확대

의대 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해 복지부는 이번 대책에 "의료인력의 공급 확대도 동시에 추진"이라는 소극적인 표현으로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인력은 신규 양성에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현재 인력수급 범위 내에서 근무여건 개선, 지역·과목 간 균형 배치를 통해 인력의 유입을 유도하겠다"며 "전문인력의 총량 확대를 위해 의료인력의 공급 확대도 동시에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의정협의가 시작됐지만, 의사 단체들은 의대 정원 확대보다는 의료 환경 개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역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방 의대의 지역인재 모집을 늘리고 비수도권의 전공의 배치를 확대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2021년 지방대 육성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비수도권 의대는 정원의 40% 이상을 지역 출신 중에서 선발해야 하는데,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치 비중도 6대4에서 5대5로 조정해 지방 의대 졸업 후 지역에서 수련을 받고 근무하는 흐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국립대 병원의 전공의가 수련 중 지역거점공공병원에 파견을 가서 일정 기간 지역의 임상환경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또 지역별 병상 분포 불균형을 해소하고, 의대 교육 과정에서 필수의료 관련 수련을 강화하는 데도 공을 들이기로 했다.

교육부, 의과대학과 협의해 필수의료 분야 교육 강화를 위한 학제 개편을 검토하고 외상, 소아심장, 감염 등 특수전문분야 의사 양성을 위한 실습 지원 대상을 작년 100명(7억4천만원)에서 올해 200명(14억8천만원)으로 확대한다.

전문 분야 간 통합진료가 가능하도록 관련 학회의 세부전문의 수련 과정 개편을 지원하고, 필수의료분야 전공의가 수련 중 수술과 처치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 내실화를 돕는다.

간호 인력과 관련해서는 실습 지원을 늘리고 교육전담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일반 병동에서 중환자실 등 특수병동까지로 확대한다. 중증·응급 분야 간호사 양성을 지원하고 교대근무제 등으로 처우를 개선해 장기 근속을 유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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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휴진 끝?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지난 2020년 9월4일 대한의사협회가 더불어민주당과 공공의료 확충 정책 입법을 재검토하기로 최종 합의한 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보건의료 정책에 반대하며 일인시위를 하던 의사들이 병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9.4 xyz@yna.co.kr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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