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기술 압박 확대하고 참여국 늘려가는 美… 中 기업 타격 현실화 [특파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제재중인 中 화웨이에 미국 회사들의 부품 판매 전면 차단 추진

첨단 반도체 장비 업체 보유 네덜란드와 일본, 대중 수출 통제 동참

中 외교 “공급망 안정 수호”… 中 YMTC, 美 제재 한달만에 직원 10% 감축

미국 정부가 중국 간판 기술기업인 화웨이에 인텔과 퀄컴을 포함한 미국 기업들의 부품 공급을 전면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방침에 동참키로 하는 등 미국의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 압박이 더욱 확장되는 모습이다.

30일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행정부 일각에서 화웨이에 대한 미국 회사들의 부품 판매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이르면 미국이 화웨이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린 지 4주년이 되는 오는 5월에 도입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화웨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미 정부의 ‘수출통제 명단’에 올라 화웨이를 상대로 한 미 업체들의 부품 공급은 4년 가까이 제한을 받아 왔다.

트럼프 정부는 2019년 5월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2020년 5월부터는 미국의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생산한 외국 기업들도 화웨이에 부품 공급시 미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전임 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압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역시 지난해 10월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nm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이다.

수출 제한 조치에도 인텔,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는 메이트 노트북 시리즈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를, 퀄컴은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프로세서와 모뎀 등 미국 기업이 제조한 일부 부품이 화웨이에 공급되고 있다. 미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미 업체들을 부품 공급을 전면 차단하면 이들 기업의 화웨이 판로가 막히게 된다.

미 정부가 이미 미국 기업들에 화웨이로의 수출 허가를 내주는 것을 이미 중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 상무부가 일부 미국 기업들에 화웨이로의 수출을 허용하는 허가증을 더 이상 부여하지 않을 것임을 통보했다며, 이는 화웨이로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수순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퀄컴과 인텔, AMD의 총 수익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대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업체를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이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에 동참키로 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세 나라는 지난 27일 워싱턴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협상을 진행, 미국이 지난해 10월 발효한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이 같은 합의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며, 각국 행정 절차 등을 고려하면 실제 실행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방침이 확대되면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수출을 비롯해 니콘과 도쿄 일렉트론 등의 중국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은 자신의 패권과 사익을 지키기 위해 수출 통제를 남용하고 일부 국가를 협박·회유해 중국을 억압하는 소그룹을 조직하고, 경제·무역·과학기술 문제를 정치화·무기화하며, 시장 규칙과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엄중 파괴한다”며 “관련 동향을 긴밀히 주시하며, 정당한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친강 외교부장은 30일 웝크 훅스트라 네덜란드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국제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하자”며 “분열이 아닌 개방, 혼란이 아닌 질서 정연한 국제 무역환경을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현재 질 높은 발전과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며 “이것은 중국과 네덜란드의 협력에 더 큰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중국은 네덜란드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압박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타격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미국의 수출 블랙리스트에 오른 지 한 달여 만에 직원의 10%를 감축하는 중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YMTC 등이 수출통제 대상인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하이크비전에 수출관리 품목을 판매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YMTC 등 중국 기업 36개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YMTC가 지난해 실적 평가에서 전체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저성과자’들을 해고하고 있고 YMTC의 전체 직원 약 6000명 중 해고 규모는 수백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YMTC는 또한 이번 해고에서 근속 연수가 5년이 안되는 직원에게 입사시 지원했던 주택 구매 보조금의 일부를 토해내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YMTC 해고 직원은 “YMTC에서 4년 넘게 일했으나 해고된 뒤 회사가 아파트를 구입할 때 지원했던 보조금 중 40만위안(약 7200만원)을 상환하라고 요구했다”며 “거의 전 부서가 해고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해고 범위는 직원의 5∼10%에 달한다”고 말했다.

YMTC는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글로벌 낸드 플래시 메모리칩 시장 개척을 위해 2016년 우한에 설립됐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