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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와그너그룹 죄수 용병 계약 만료로 복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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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NYT, "심리적 상처 안은 군 경험 죄수들
러시아 사회에 큰 불안정 요소될 것"
뉴시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러시아 용병 단체 와그너그룹 설립자 예프게니 프리고진이 지난해 12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벨로트로프스코예 공동묘지에서 열린 와그너그룹 전사자 장례식에 참석했다. 20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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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 용병단체 와그너그룹이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 대거 징집한 죄수들 중 수천 명이 6개월의 계약 기간이 끝나 러시아 사회로 복귀하고 있으며 이들로 인해 러시아 사회가 겪을 진통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드레이 야스테르보프(22)는 절도를 저질러 투옥됐다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의 가족 중 한 사람이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 같다. 완전히 변했다.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죄수 징집자들 수천 명이 전선에 투입된 지 며칠, 몇 시간 만에 전사했다. 이런 지옥을 경험하고 귀향한 죄수들은 보복이 겁나서 전선에서 벌어진 일을 발설하지 못한다.

러시아에서 와그너 용병그룹이 사면을 약속하면서 죄수를 징집한 것은 전에 없던 일로 러시아 사회 전반에 폭력이 늘어날 위험을 초래한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죄수 징집으로 4만 명이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우크라이나는 이들 중 3만 명이 탈영했거나 전사 또는 부상했다고 밝힌다.

징집된 죄수들은 대부분 사소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지만 강간과 연쇄 살인 등 강력 범죄자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

와그너그룹 설립자 예프게니 프리고진은 6개월 여 전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죄수를 징집했다. 그는 35만 명의 러시아 남성 죄수들을 상대로 사면을 보장하는 대신 징집을 설득할 수 있는 무제한적인 권한을 가졌다.

초기에 징집된 죄수 용병들 수십 명이 최근 훈장과 막대한 보너스 및 사면장을 가지고 사회로 복귀하고 있다. 범죄 경력이 있는 이들이 군사 훈련을 받고 전장의 상흔을 안은 채 직업도 없이 복귀함으로써 러시아 사회에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러시아 죄수인권 변호사 야나 겔멜은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정의감을 갖고 돌아온다. 그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매우 위험한 사람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메드베데프는 러시아 남부의 교도소에서 절도죄 복역을 마친 직후 징집에 응했다. 군대 경력이 있는 그는 죄수 분대 분대장이 돼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자살 수준의 임무에 투입됐다.

탈영해 노르웨이에서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메드베데프는 "죽을 때까지 전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프리고진은 지난해 7월초 상트페테르부르크 교도소에 나타나 사회에 대한 빚을 갚으라며 용병 지원을 설득했다. 소셜 미디어 영상에서 프리고진은 죄수들에게 러시아 평균 임금의 2배인 10만 루블(약 176만원)의 월급과 보너스 및 8만 달러(약 9500만 원)의 사망 보수를 지급하고 6개월 복무하면 대통령 특사를 받는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탈영하거나 마약을 사용하고 술을 마시거나 성행위를 하는 경우 처형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9월에는 죄수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교도소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지원한 뒤 ‘잘못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탈영병으로 간주해 총살할 것“이라고 했다.

교도소 생활을 경험한 프리고진은 교도소 환경을 잘 알기 때문에 처벌과 새로운 삶을 약속하는 식으로 교묘하게 설득했다.

가족이 죄수로 와그너그룹에 지원한 아나스타시아는 ”돈 때문에 지원한 것이 아니다. 자랑스럽게 여겼다. 어머니한테 부끄러웠기 때문에 자원했고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죄수 징집병들은 서류상으로 전쟁에 투입된 적이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 러시아 점령지 내 교도로소 이감됐을 뿐이다. 아나스타시아는 가족의 소재를 교도소에 문의하자 그를 만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절도죄로 수감 중 지원한 이고르 마츄킨(26)은 시베리아의 고아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크라스노야르스크의 교도소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난 프리고진과 처음 마주쳤다.

새 삶을 살고자 했던 마츄킨은 즉시 자원했고 며칠 뒤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점령지 훈련장에 도착했다. 그곳의 분위기는 기대와 달리 애국적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포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즉결 처형 위협이 계속됐고 실제로 명령을 거부한 부대원 한 명이 끌려 나간 뒤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그의 부대가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받았을 때 탈출한 그는 러시아 모처에 숨어 목역하던 교도소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

와그너그룹은 죄수 징집자가 줄어들자 최근 생존 귀환자들이 자유를 누리는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한 동영상에서 ”나는 전쟁에서 적을 살해하는 당신의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다시 자원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환영한다. 결혼, 세례, 공부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죄수들에게 사면장이 주어진 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있다. 그러나 이들 문서가 공식 발표된 적이 없어서 효력이 의문시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사면이 매우 드물며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1년 6명만 사면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궁 대변인은 와그너 그룹 지원 죄수들이 ”러시아 법에 따라“ 사면됐다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은 거부했다. 그는 ”공개 명령도 있고 여러 수준의 비밀 명령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법은 사면대상자를 지역 위원회에서 검토해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심사위원들 가운데 와그너그룹 자원 죄수들에 대한 사면 요청이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인권활동가들은 전역한 죄수 용병들의 법적 신분이 애매한 탓에 러시아 사법제도가 손상된다고 밝혔다.

야스트레보프는 집에 돌아온 지 3주 만에 전선으로 복귀할 태세다. 그는 ”조국 수호를 원한다. 그곳의 모든 것이 좋았다. 민간인 생활은 따분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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