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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연출쇼하나" 경찰 미담 사진에 쏟아진 질책 "할머니 멱살 잡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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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하나" "이미지 세탁" "설정샷"
한파 속 할머니 내쫓은 경찰 논란 역풍
공교로운 시점 탓에 쏟아진 질책
한국일보

부산 동부경찰서는 추위를 피하려고 밤시간대 지구대를 찾아온 노인을 경찰관이 내쫓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보도 화면(오른쪽) 속에서 한 경찰 관계자가 할머니를 잡아끌고 있다. 부산 경찰이 지난 26일 공식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오른쪽 사진) 속에서는 경찰 관계자로 보이는 인물이 길 잃은 할머니를 업고 이동하고 있다. MBN 보도 사진. 부산경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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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피해 찾아온 70대 할머니를 내쫓은 경찰의 조치에 대한 공분이 식지 않고 있다. 경찰이 사과문을 내놓고 엄중한 조치를 약속했지만, 공교로운 시점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게시물에도 시민들의 질책이 쏟아지는 등 역풍이 거세다.

부산 경찰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한 사진을 게시하며 "설날 당일 아흔이 다 된 연세의 할머니가 두꺼운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나오셨다가 길을 잃었다"며 "넘어지셨는지 타박상도 있었다"는 사건을 소개했다. 게시물은 "출동 경찰관은 119구급대원에게 요청해 응급조치한 후 이전 신고내역으로 거주지를 확인, 보호자에게 안전히 인계해 드렸다"며 "추운 날씨에 피를 흘리고 계셔서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지만, 단순 타박상을 응급조치한 후 따뜻한 집으로 신속히 모셨기에 건강 상태에 큰 이상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의 적극적 조치를 알리는 동시에 지문등 사전등록 제도를 홍보하는 내용이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게시물에는 "지금 분위기에 이런 걸 올리고 싶냐” "이미지 세탁을 하는 것이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데 사서 욕을 먹는다" "SNS를 할 시간에 현장을 챙기라" 등의 부정적 반응이 줄을 이었다.

27일 보도된 '할머니를 내쫓은 지구대' 사건이 시민들의 경악을 부른 터라, 해당 게시물이 뒤늦게 이를 만회하려 올라온 '이미지 세탁용' 게시물이라는 오해를 부른 탓이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한쪽에서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다른 쪽에서 논란을 불렀다" "열심히 하는 경찰도 많은데 일부의 행동이 전체를 비난받게 한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앞서 MBN은 추위를 피하려고 밤시간대 지구대를 찾아온 70대 노인을 경찰관이 내쫓은 사건을 보도했다. 마지막 기차를 놓쳐 지구대를 찾은 노인이 40여 분 동안 실내에 머물렀지만, 이후 한 경찰관이 할머니를 붙잡고 문 밖으로 끌어낸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다른 경찰관은 지구대 문을 걸어 잠그기까지 했다. 체감온도가 영하 1도에 달하는 날씨에 쫓겨난 할머니는 결국 다른 경찰서를 찾아가 몸을 녹이다가 첫차를 타고 귀가했다.

MBN의 후속 보도에서는 이런 경찰의 부적절한 대처에 사회적 공분이 일면서 해당 지구대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경찰이 "그럼 계속 화내세요"라고 응대한 일도 알려졌다.
한국일보

부산 동부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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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부산 동부경찰서는 28일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관내 지구대를 방문한 민원인을 지구대 밖으로 퇴거시킨 일에 대해 민원인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민원인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는 지구대 직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찰은 진상 파악에 나섰다. 지구대 측은 할머니가 직원들에게 무례한 말을 해 퇴거 조치했다는 입장이지만, 할머니는 "친절하게 대해달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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