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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성관계는 부부만” 서울시의회 조례안 검토 의뢰…“괴상해 자괴감까지” 전교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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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교육위가 교육청에 검토 요청한 ‘학교 구성원 성윤리 규범 조례안’ 논란…전교조 “당장 폐기” 촉구

시의회 “외부민원 제안돼 검토한 것… 교육청과 의견 교환에 불과”

세계일보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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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가 ‘성관계는 혼인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조례를 서울교육청에 검토 의뢰한 것을 두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교원단체들은 “파렴치하고 부끄러운 조례안”이라며 즉각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30일 오후 “헌법 침해하는 괴상한 조례안, 성·생명 윤리 규범 조례안 폐지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서울시의회의 해당 조례안은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위배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해당 조례안은 의견을 낼 가치조차 느끼기 어려운 수준으로 현장 교원들에게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며 ”서울시의회는 괴상한 해당 조례안을 당장 폐기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도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해당 조례안은 아동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구태와 구습을 옹호하며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라며 ”본 조례는 왜곡된 성의식과 미디어 등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아동, 청소년에게 필요한 올바른 성교육을 가로막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무책임하고 파렴치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례에서 ‘성관계는 혼인 관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항은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기본적 인권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한다“면서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른 성적 자기결정권의 정의에 따르면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 책임 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를 말한다“고 지적했다. ”본 조례는 순결과 정조를 강요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도 했다.

또 ‘혼인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정신적, 육체적 연합’이라는 조항에 대해서도 ”성소수자를 철저히 배제하고 혐오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학교 교육의 목적은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에 있다. 주류와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하고 배척해야 한다는 걸 가르치는 게 진정 교육이냐“고 반문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같은 동료 의원으로서 창피하기 짝이 없다”며 “교육청 조례에 성관계를 규정짓는 이런 몰상식한 행동이 어디 있냐”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기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자 새로운 안을 들고나온 국민의힘 교육위원회의 대안이 고작 성관계나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서울시의회에는 두발 자유, 체벌 금지 등 학생 인권 신장을 이끌어온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가 논의되고 있다.

세계일보

서울시의회가 서울시교육청에 지난 25일 보낸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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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민간 단체에서 제안한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과 관련 지난 25일 서울시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검토를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7일부터 이날까지 서울시 교사들로부터 조례안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받았다.

조례안에는 성·생명윤리를 규정하면서 ‘성관계는 혼인 관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 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행위를 거부할 소극적인 권리로 제한돼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학교 성교육의 목적은 ‘절제’라고 명시하며 교사,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이 이러한 성·생명윤리를 위반하면 학교장에게 제보하도록 하기도 했다.

해당 조례안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서울시의회 교육전문위원실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다.

교육전문위원실은 “해당 조례안은 외부 민원 형식으로 서울시의회에 제안된 안건”이라며 “통상 각종 시민사회단체와 일반 시민 등이 ‘안건의 제안을 요청’하는 민원의 형태로 제시한 조례안의 경우 서울시의회는 전문위원실 차원에서 조례안 전반에 대한 검토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절차를 거친 조례안의 경우 그 내용에 따라 ‘수용’과 ‘불수용’, ‘일부 수용’ 또는 ‘대체입법’ 등 다양한 결과가 도출되고 있으므로, 이번 조례안 역시 제안 여부와 제안 방식(의원 발의 여부), 발의 의원 등은 전혀 결정된 것이 없다”며 “이번 의견제출은 교육청과 시의회 간 효율적 업무 추진을 위해 실무진 차원에서 진행했던 사전적인 의견 교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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