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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엔화의 몰락...대외순자산 늘어도 통화가치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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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외순자산 31년째 세계 1위

전체 자산 중 직접투자 비율 늘어

환금성 낮아 엔화 전환 난항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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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일본 대외순자산 규모가 31년째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환금성이 떨어지는 직접투자 비중이 늘면서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데는 힘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시간)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대외 순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 늘어난 459조엔(4349조2545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을 기준으로는 411조엔(4070조원)을 기록해 31년 연속 대외순자산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이는 전년 대비 15.6% 늘어난 규모다.

일본의 대외순자산이 대거 증가한 이유로는 엔화 환산 금액이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덩치가 불어나 보이는 것이다.

전체 자산에서 직접투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도 대외순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직접투자란 해외 M&A(합병인수)로 취득한 기업이나 출자 비율이 10% 이상인 해외법인으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의미한다.

다만 순자산 규모는 불었는데, 엔화 가치 상승에는 이전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대한 규모의 대외순자산을 보유한 일본은 그간 해외 투기 세력들이 엔화를 대량 매도해도 해외자산을 팔아 엔화 가치 하락을 방어해 왔다. 그런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난해 일본 엔화 가치는 31년 만에 150엔대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저치로 하락한 상황이다.
직접투자액이 커지면서 유사시 해외 자산 중 주식, 채권 등 즉시 처분할 수 있는 증권투자 수익 비중이 줄어든 여파가 컸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해 9월 기준 일본의 대외순자산 가운데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0%였으며 증권투자 비율은 20%에 불과했다"며 "해외 공장이나 자회사 등을 보유한 경우 갑자기 자산을 매각하고 이를 엔화로 바꾸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외순자산의 성분 변화는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의 위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외순자산이 많은 국가의 통화가치는 안전도가 높다고 평가받지만, 순자산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엔화 가치 방어 전선에도 이상이 생겼다는 평가다.

특히 대외순자산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준기축통화로서의 엔화의 위상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해 일본은 사상 최대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해외 투자수익으로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했다"면서도 "장래 무역적자 기조가 정착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대외순자산의 감소로 이어져, 엔화 가치 상승에 대한 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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