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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현장서 직접 일해보며 진로 탐색하세요”…올해 청년 8만여 명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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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용서비스 혁신 지원정책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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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청년들은 기업이 신규 채용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로 ‘직무 역량’을 꼽았다. 하지만 구직 과정에서 직무 역량을 키울 경험과 경력이 부족하다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4일∼11월 8일 구직 청년(15∼34세) 700명을 대상으로 채용 경향과 구직 활동에 대한 인식 조사를 벌인 결과다. 고용부는 이 같은 조사를 바탕으로 청년들이 보다 많은 직업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실제 일을 해볼 기회를 확대하는 내용의 ‘청년 고용 서비스 혁신을 위한 지원 정책’을 최근 발표했다.

● 청년 10명 중 3명 “직무 역량 가장 중요”

고용부가 실시한 설문에서 구직 청년의 32.1%는 기업이 신규 채용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지원자의 일반 직무 역량이라고 응답했다. 과거 중요한 요소라 여겨졌던 ‘학벌’이나 ‘외국어 능력’을 꼽은 응답자는 2%도 되지 않았다. ‘전공 지식’(22.6%)이나 ‘전공 관련 자격증’(16.6%), ‘직무 관련 일 경험’(12.7%)과 같이 실제 직무에 도움이 되는 능력이 채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경력을 갖춘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와도 일치한다.

원하는 일자리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 달라졌다. 응답 청년의 64.3%는 평생 한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자유로운 이직 등 경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봤다. 반면 “평생직장이 중요하다”고 답한 청년은 35.7%에 불과했다. 희망하는 직장의 유형을 복수 선택하도록 한 질문에서는 중소·중견기업과 벤처·스타트기업을 희망한다는 청년이 각각 전체의 64.0%와 39.0%로 나타났다. 대기업(40.3%), 공공기관(41.1%)과 비교해서 오히려 많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수입만 괜찮다면 프리랜서나 플랫폼 일자리(플랫폼을 매개로 거래되는 일자리)라도 좋다’거나 ‘1인 크리에이터로 일하고 싶다’고 답한 청년도 10명 중 6명 이상이었다. 이영민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정년, 고용 안정성에 대한 기대가 옅어지고 한 직장에 취업하는 평균 기간도 1, 2년으로 짧아졌다”며 “이처럼 근로자들이 자주 이직을 하는 상황에서 기업도 바로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게 됐고, 청년들도 그에 맞춰 직무 관련 역량이나 경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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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청년들은 구직 시 가장 어려운 점(복수 응답)으로 ‘나의 적성 및 흥미도 파악이 어렵다’(57.3%)는 점과 함께 ‘경험 및 경력의 부족’(52.4%)을 꼽았다. ‘학력, 학점, 자격증, 어학 점수 등 스펙 부족’ ‘수입 및 보수, 근무 환경 등이 맞는 일자리 부족’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청년은 취업 관련 강의를 듣거나 면접 컨설팅을 받는 등 구직 활동에 도움을 받기 위해 각종 교육 및 체험 비용을 쓰고 있었다. 청년 응답자의 92.7%는 구직 활동 비용으로 월 10만 원 이상의 돈을 쓴다고 답했다. 월 100만 원 이상 쓴다고 답한 청년(0.3%)도 있었다.

● 올해 청년 8만 명 일 경험 지원

고용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청년 구직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직업 탐색과 일 경험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발표한 고용부의 청년 고용 정책은 일 경험 관련 사업을 늘려 올해 청년 8만여 명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무 경험을 발판 삼아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아 주겠다는 것이다.

일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과 참가자 청년에게 모두 지원금을 주는 ‘청년 일 경험 지원 사업’의 경우 대상이 지난해 1만 명에서 올해 2만 명으로 늘어난다. 유형도 △기업 탐방형 △프로젝트형(기업 현업에 기반한 실전형 업무 수행) △인턴십형 등 3가지로 다양해진다. 이 중 구직 청년들이 원하는 유형의 일 경험을 선택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예산은 50억 원에서 553억 원으로 10배 늘었다.

대기업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청년친화형 기업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지원 사업’도 지원 인원과 금액을 지난해 20개 프로그램, 170억 원에서 올해 24개 프로그램, 251억 원으로 늘린다. 약 5000명이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일 경험 프로그램’도 1인당 월 지원액을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증액한다.

공공기관 일 경험 기회도 늘어난다. 기존 공공기관 인턴십은 근무처가 부처 산하기관으로 한정됐지만, 이제는 중앙부처에도 인턴십이 마련된다. 고용부 인턴, 보건복지부 인턴이 생기는 것이다. 선발 인원은 총 2000명이다. 이들은 단순 노무가 아니라 정책 제안, 사전 조사와 같이 정책 마련과 관련된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재학생 고용 서비스도 달라진다.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를 통해 저학년은 직업 탐색 중심, 고학년은 취업 지원 중심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채용시장의 유동성이 커지면서 구직의 기회가 잦아지고 일자리도 다변화돼 과거보다 직업 탐색, 일 경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정부가 이런 기회를 늘리되 급작스러운 확대로 교육과 경험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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