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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마스크 벗은 얼굴 신기해” “나만 벗기엔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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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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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썼다 벗는 것도 귀찮고, 사람 붐비는 역 승강장이라면 감염 위험도 있어서요.” 30일 아침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만난 직장인 정현식(51)씨는 마스크를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을 오가던 시민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이날부터 의료시설·대중교통 등 일부 시설을 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다. 2020년 10월 13일 착용 의무화 조치 이후 840일 만이다. 그러나 출근길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서울 강남역 미화원 김정림(62·여)씨는 “오전 6시부터 근무했는데 마스크 벗은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바로 벗지 못하는 이유로 주변 시선을 언급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직장인 정준혁(28)씨는 “첫날부터 벗으면 눈에 띌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한모(22)씨는 “주변에 벗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라고 말했다. 썼다 벗었다 하는 게 귀찮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30대 김모(여)씨는 “대중교통에서 어차피 써야 하는데 환승은 잠깐이고 벗기 귀찮다”고 말했다. 김지운(35)씨는 “(환승하며) 썼다 벗었다 할 새가 없었다”고 말했다.

첫날 분위기는 학교나 음식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들은 대개 비슷했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광장초 2학년 한 교실. 마스크를 벗은 이 반 A양은 연신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담임교사가 “마스크 벗고 싶은 사람은 벗어도 된다”고 하자 학생 20명 중 8명이 마스크를 내렸다. 일부는 턱까지만 내렸다. 입학 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안 썼다는 2학년 이모양은 “친구들 얼굴을 보게 돼 신기하다”고 말했다. 5학년 최모양은 “마스크를 벗으면 ‘마기꾼’(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로 마스크를 썼을 때와 벗었을 때의 모습이 크게 다른 경우의 신조어)이라고 놀릴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북창동에서 부대찌개 가게를 운영하는 이금연(71)씨는 이날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쓰자”고 당부했다. 쓰는 게 위생에도 좋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다. 손님 시선을 의식한 경우도 있었다. 해장국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63)씨는 “주방에서 쉴 때는 마스크를 벗었더니 손님들이 ‘왜 벗냐’고 난리였다”고 말했다.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점 일부도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을 방침으로 정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의무가 사라져도 여러 이유로 마스크를 계속 곁에 두는 ‘마스크 키핑(keeping)족’이 당분간 더 많을 것”이라며 “3년 넘게 착용하다 보니 마치 의복의 하나처럼 됐다. 심리적 안정, 습관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계속 곁에 두고 싶은 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의무 해제로 ‘탈마스크족’과 ‘마스크 키핑족’이 서로 이질감을 느끼는 상황도 빚어졌다. 이날 회사에서 마스크를 벗었다는 유모(27)씨는 “다 같이 벗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안 벗더라”고 말했다. 회사원 조모(25)씨는 “가게에 들어가면 직원들이 쓰고 있어 혼자 빌런(악당)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느 쪽도 규칙을 어긴 게 아니니 마스크를 쓰거나 쓰지 않았다고 손가락질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최서인·장윤서·채혜선·김민정·이찬규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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