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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일 '강제동원 해법' 7부 능선 넘었나… "고위급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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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상당히 폭넓게 대화", 日외무성도 "솔직한 의견교환"

국장급 실무협의 일단락된 듯… 2월 외교장관회담 여부 주목

뉴스1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왼쪽)이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의 협의를 마치고 이동 중이다. 2023.1.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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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이창규 기자 = 한일 간 최대 갈등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가 사실상 '성안'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측의 실무 당국자들이 30일 "고위급 협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서민정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약 3시간 동안 관련 협의를 진행한 뒤 "앞으로도 고위급을 포함한 다양한 레벨에서 외교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외교부는 이날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다뤄진 세부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다만 이날 협의에선 그간 강제동원 피해자 측에서 요구해온 일본 전범기업들의 배상 참여 문제와 일본 측의 사과 방식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측과) 상당히 폭넓게 대화했다"면서도 "국장급 협의에서 결정할 사안이 있고 더 무거운 것도 있다. 고위급에서 어떤 판단이나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국장급 협의는 실무 차원에서 모든 걸 협의하기 때문에 '논커미털'(noncommittal·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음)을 기본으로 한다. (양측이) 최대한 의견을 좁혀보고 어떤 쟁점이 있는지도 다양하게 협의한다"며 "결국 핵심 쟁점은 고위급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의 이 같은 발언은 한일 양측이 그동안 국장급 실무협의를 통해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에 관해 사실상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한 만큼 이제 장·차관급이나 혹은 정상급에서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단 뜻으로 해석된다.

일본 외무성도 이날 한일 국장급 협의 뒤 배포한 자료에서 우리 측과 "솔직한 의견 교환을 실시했다"며 "양측은 현안을 해결해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외교당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해간다는 데 재차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에선 2월 17~19일 열리는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들어 이를 계기로 한일 양국이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의 '최종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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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2023.1.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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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교부가 지난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을 직접 만나 그동안의 한일 간 협의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기로 한 것도 '최종안' 도출이 머지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그동안엔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나 지원 단체 관계자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외교부는 앞서 대법원으로부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들을 대신해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되, 그 재원을 한일 양국 기업 등 민간의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일본 측에 제시해둔 상태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 측에선 이 같은 외교부 안(案)이 피고인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측의 배상 참여와 사과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측에선 △개별 기업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반성을 얘기한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나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내놓는 형태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經團聯) 등에서 '자발적으로' 기부금 조성에 참여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리 측은 일본이 아닌 피해자 측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형태로 최종 해법을 모색하겠단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것을 종합해보면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처럼 합의문 형식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최종안' 발표 이후 일본 정부의 사과 발표와 같은 형식을 띨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다만 배상금 재원 마련에 일본 기업이 직접 참여할지 여부는 마지막까지 쟁점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한일관계 소식통은 "양국 간에 여전히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최종안이 나오기까진 좀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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