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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소중한 게 저 안에…" 할머니 눈물에 불구덩이 들어간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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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강릉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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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강원도 강릉시의 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불길을 뚫고 들어가 70대 할머니의 현금 다발을 찾아준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30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4시 47분께 강릉시 한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화재는 장시간 이어졌으며, 강원도 소방본부 환동해특수대응단 소속 문덕기(49) 소방위와 안태영(35) 소방장은 불길을 진압하다 산소통을 교체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잠시 빠져나왔다.

그때 이들은 70대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할머니는 "아주 소중하고 중요한 물건이 저 화재 현장 안 냉장고 아래에 있다"며 두 소방관에게 이를 찾아달라고 애절하게 부탁했다.

소방관들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불이 거의 최고조에 달해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문 소방위는 할머니에게 위험해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 연거푸 설명했으나 할머니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읍소했다.

소방관들은 할머니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 문 소방위는 "상황을 보니까 저희가 안 하면 할머니가 혹시나 돌발 상황으로 뛰어 들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두 소방관은 상황을 살펴 비교적 안전하다 판단되자 물을 뿌려가며 점포 안으로 진입했다. 할머니의 점포는 옆 점포에서 옮겨붙은 불이 가득 번져 있었다.

그 때 할머니의 소중한 물건이 있는 냉장고가 불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두 소방관은 냉장고 문을 열어 하단에서 5만원권이 들어 있는 검은 봉지 3개를 발견했다.

두 소방관은 봉지를 무사히 들고 나와 경찰에게 넘겼다. 경찰은 할머니의 신원을 확인한 뒤 돈을 돌려줬다.

할머니는 그간 장사를 하며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냉장고 아래에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받은 할머니는 이들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두 소방관은 이후에도 진압을 이어갔으며 화재 발생 3시간이 넘은 오전 8시 4분께 진화를 완료했다.

문 소방위는 "저희도 소방관이기 전에 사람이다 보니 안전이 담보될 때 현장에 진입이 가능하다"며 "불길이 잦아들었을 때 건물 안에 들어가 할머니의 물건을 찾아줄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을 하는 게 직업이고 평소에도 하는 일이라서 화제가 되는 게 되레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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