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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여야의원 121명 “사표 양산하는 소선거구제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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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적 정치개혁 모임’ 출범

21대 총선 43.73% 등 민심 사표화 심각

“현행 선거제가 대립의 정치 낳아” 진단

김진표 “선거 없는 해 개혁 못하면 죄인”

정진석·이재명도 “절체절명 과제” 지원

이정미 “원칙에만 합의하면 가능” 촉구

지역·의원별 입장차 커 논의 쉽지 않아

여론도 소선거구 지지… ‘용두사미’ 우려

“대립과 혐오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을 닮은 국회로 바꿉시다.”

여야 국회의원 121명이 양극화 정치를 부추기고, 사표(死票)를 양산하는 소선거구제를 개혁하자고 30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세계일보

첫발 뗀 정치개혁 김진표 국회의장(앞줄 왼쪽 일곱 번째)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여섯 번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여덟 번째), 정의당 이정미 대표(〃 다섯 번째)가 여야 의원들과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의원모임)은 이날 국회에서 출범식을 열고 “국민의 표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 선거제도를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선거제 개혁의 키를 쥔 현역 의원들이 직접 나서면서 한국 정치의 오랜 숙제인 ‘승자독식 선거제’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역 121명 “민주적 선거제 만들자”

의원모임은 이날 소속 의원 121명의 공동 명의로 출범선언문을 내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며 선거제 개혁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 선거구당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가 민의를 왜곡해 대립과 혐오의 정치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의원모임은 “국민들이 투표한 정당의 득표율과 국회 내 의석수가 턱없이 괴리되어 국민의 뜻이 국회에 제대로 닿지 않으니,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국정은 더욱 혼란에 빠진다”며 “이런 난맥은 국민의 투표 절반 가까이 사표로 만들어버리는 선거제도에서 대부분 비롯된다”고 밝혔다. 의원모임에 따르면, 지난 21대 총선의 사표율은 43.73%에 달했다. 20대 총선과 19대 총선의 경우도 각각 50.32%, 46.44%에 달하며 역대 총선에서 절반에 가까운 민심이 사표화했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출범식에 참석한 뒤 먼저 자리를 뜨며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진표 국회의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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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모임은 “사표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표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 선거제도를 만들겠다”며 “국민 최대 다수가 찬성할 수 있는 정치개혁안을 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원모임에는 국민의힘 소속 41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69명, 기타 정당 및 무소속 11명 등 총 121명의 현역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에 공개 토론회 등 모임을 하고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여야 지도부도 선거제 개혁에 공감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도 출정식에 참석해 힘을 실었다. 김 의장은 “갈등을 줄이고 표의 비례성을 높이는 더 나은 제도로 (총선이) 치러지면 국민이 정치권을 신뢰할 것”이라며 “큰 선거가 없는 올해,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는 한국 정치사의 큰 죄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복수의 선거제 개정안에 합의하면, 3월 한 달 간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위원회를 매주 2회 개최해 법정 시한(4월10일) 전까지 선거제 개편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제안한 것을 언급하며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노 전 대통령의 시도는 참으로 의미심장했다”며 “선거제도, 권력구조 개편은 정치인들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대표성과 비례성이 제대로 보장되고 지역주의가 해소되는 제대로 된 정치체제를 만드는 일은 정치인의 중요한 책무”라며 “국민의 주권 의지가 정치에 반영되는 체제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승자독식의 폐해를 분명히 인식하고, 비례성과 대표성, 다양성이라는 원칙에만 합의한다면 길을 열지 못할 것도 없다”고 촉구했다.

세계일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출범식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격려사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대표, 정 비대위원장, 이 대표, 김상희 전 국회부의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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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의원마다 이견… 최대 걸림돌

다만, 지역구와 선수 등에 따라 개별 의원들의 선거구제에 대한 이해관계가 엇갈려 개편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텃밭 지역구인 영남·강원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수도권에서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반발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모임에 참여한 의원수도 선거법 개정을 의결할 수 있는 과반을 넘지 않는다.

여론의 호응도 부족한 편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5%가 중·대선거구제보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낫다고 응답했다.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게 좋다는 의견은 30.0%였다. 이 조사는 KBS 의뢰로 지난 18∼20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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