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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여친한테 보낼까?" 210만원 뜯겼다…진화하는 몸캠피싱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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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머니투데이

30일 오후 인스타그램에서 몸캠피싱범으로 지목된 계정들. /사진=몸캠피싱 피해자 모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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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팔로워들에게 제 영상이 유포된다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20대 남성 A씨는 지난 27일 새벽 인스타그램에서 한 외국인 여성과 대화를 나누다 몸캠피싱 피해자가 됐다. 몸캠피싱은 음란행위 영상 또는 사진을 피해자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금전을 요구하는 범죄다.

A씨가 피싱범의 요구대로 170만원을 보내자 협박범은 다시 40만원을 요구했다. A씨는 인스타계정을 포함해 피싱범과 연락한 메신저 계정을 탈퇴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여자친구와 지인들에게 영상을 뿌리겠다는 협박을 듣는 순간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과거 악성파일을 유포해 피해자 휴대폰의 전화번호부 정보를 확보하던 몸캠피싱 범죄가 최근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피해자 계정에 연결된 지인들에게 접촉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딥페이크(deep fake) 활용이 보고되고 있고 앞으로 관련 기술 악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과거 몸캠피싱범들은 피해자 휴대폰에 APK 또는 ZIP 형태로 만들어진 악성코드를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악성코드를 통해 전화번호부 등 정보가 피싱범에게 넘어갔다.

최근에는 도용한 타인의 사진 등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DM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접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피싱범들은 SNS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피해자들의 팔로워 또는 친구를 맺은 계정을 통해 해킹이나 악성코드 없이도 손쉽게 피해자 지인 명단을 확보한다.

SNS에서 접근한 피싱범들은 영상통화가 가능한 앱(애플리케이션)으로 피해자를 유도한다. 음란행위 영상 또는 사진을 확보하면 피해자 지인들의 인스타그램 또는 페이스북 계정에 메시지를 보내 유포하겠다며 협박해 금전을 요구한다.

이때 피해자들이 해당 계정을 음란물 유포 등을 이유로 신고할 경우 피싱범들이 사칭한 계정이 차단될 수 있기 때문에 외부 링크를 이용한다. 웹페이지를 만들어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거나 유튜브 비공개 계정에 영상을 올린 후 해당 링크를 인스타그램 DM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로 피해자 지인 계정에 보내는 식이다.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회장은 "몸캠 과정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사례들이 보고 되고 있다"며 "최근 등장한 SNS로 접근하는 수법을 활용하면 쉽게 피해자사진을 확보할 수 있고 앞으로 몸캠에 딥페이크가 악용되는 사례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딥페이크는 AI(인공지능)을 활용해 동영상에 사진을 합성하는 기술이다. 몸캠피싱범들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하면 피해자의 인스타그램 등에서 사진을 확보해 음란영상물로 제작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최근 3~4간 딥페이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범죄에 악용하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몸캠피싱이 발생하면 즉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온라인에서 몸캠피싱피해자들을 상담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피해자 대다수가 초기에 판단력을 잃는다"며 "영상유출을 막아 준다며 피해 복구 해준다는 업체들에 돈을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사기 업체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50만원~70만원을 요구하며 영상 유출을 막아주겠다고 나서는 업자 또는 업체 중에는 사기를 벌이는 이들도 있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이씨는 "피싱범들은 협박이 목적인 조직이 많아 한번 돈을 요구하면 이후에 다른 명목으로 여러 차례 돈을 추가 요구하는 게 보통"이라며 "돈을 보내도 유포할 수도 있고 보내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해도 유포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대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가 발생하면 우선 경찰에 신고하는 게 먼저"라며 "경찰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해 사설 대응 업체를 소개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싱범이 요구하는 돈을 입금할 겨우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해 수사에 나선다"고 말했다.

이어 "몸캠피싱의 목적은 피해자에게 돈을 얻어내는 것"이라며 "영상을 유포해도 가해자에게 실익이 없긴 하지만 개별 사건마다 돈을 보내면 유포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보내도 유포하는 경우도 있어 쉽게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는 몸캠피싱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에게 경찰신고를 지원하고

유포현황을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피해자와 모니터링 현황을 공유하는 등 피해자의 일상복귀를 돕고 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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