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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270억원 상속 받았는데 세금은 0원” 어떤 2세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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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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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주요 대기업이 승계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하는 가운데, 국내 중소 제약업계의 2세들은 주식 상속세를 모두 면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유는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제도 때문이다. 이를 통해 270억원 가량 회사 주식을 상속받았지만 이 주식 상속에 지불한 상속세는 ‘0원’이다.

고(故) 어준선 안국약품 명예회장이 갖고 있던 주식 267만7812주(20.53%)는 작년 장남인 어진 전 부회장에게 상속됐다. 상속 개시일(사망일) 종가 기준(10100원)으로 약 270억원 가량 되는 주식 자산이다.

어 전 부회장은 이 주식을 상속받아 지분 49.75%로 최대주주가 됐다. 어 전 부회장은 불법 임상시험과 리베이트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작년 3월 부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최근 열린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에 따르면 상속을 받은 뒤 일정 기간 내 임원으로 취업하고 2년 안에 대표직을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가업승계를 위해 착실히 경영에 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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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 안국약품 전 부회장[회사 제공]


파스로 잘 알려진 신신제약도 2세인 이병기 사장이 최근 선친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신신제약 창업주인 이영수 명예회장은 작년 7월 타계했다. 이후 이 명예회장이 가진 400만2090주(26.38%) 중 86.2%에 해당하는 344만8090주가 장남인 이 사장에게 상속됐다.

신신제약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이 사장과 특별관계자가 782만8370주(51.6%)의 지분을 가지며 최대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 중 399만8760주를 보유하게 됐다. 상속개시일 종가기준(4895원)으로 약 168억원 규모다.

나머지 주식 55만4000주는 차녀와 삼녀가 나눠 받았다.

신신제약 관계자는 "명예회장의 주식이 상속되면서 이에 납부한 상속세는 없다”며 “혜택을 받는 만큼 앞으로 가업승계를 잘 유지해 좋은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유족과 회사 모두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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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신신제약 사장[회사 제공]


이들 2세는 모두 선친 주식 상속에서 가업상속공제 제도로 상속세를 면제받은 경우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란, 10년 이상 중소기업을 운영하다가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가업을 승계하게 되면 상속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10년 이상 경영했다면 200억원, 20년 이상 경영했다면 300억원, 그리고 30년 이상 장기 경영한 기업이라면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준다. 안국약품, 신신제약도 이에 따라 2세의 상속 과정에서 상속세를 면제받았다.

물론, 이게 조건의 전부는 아니다. 상속인은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하고 있어야 하며, 기업 규모는 매출액 4000억원 미만이어야 한다.

그 밖에도 ▷신고기한까지 임원에 취임하고 ▷신고기한부터 2년 안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하며 ▷도중에 업종 변경을 해서도 안 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직원의 고용 유지 의무다. 매년 80%의 고용률을 유지해야만 한다. 7년 동안 이를 유지해야 한다. 다시 말해, 경영난 등을 겪더라도 직원 고용을 급격하게 줄이면 공제받은 상속세를 다시 내야 하는 셈이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도 안 된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 추징금까지 더해져 상속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2021년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의 98%가 가업승계 과정의 어려움으로 조세부담을 지적했고, 88.8%가 고용유지 등 사후관리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독일, 일본 등과 비교해 엄격한 사후관리 요건을 지속적으로 완화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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