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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식품가격 인상 아직 안 끝났다…“소비자에 전가” vs “재룟값 인하론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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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비싸” 불만

식품업계 “억울하다”면서도 전전긍긍

헤럴드경제

식품·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설 연휴 직후 잇달아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데 이어 올해도 장바구니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냉장제품 판매코너.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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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원재료 가격 내렸으니 가격 내려라!” “지금 안 올리면 못 버틴다!”

과자, 아이스크림, 빵, 주류 등 식품가격 인상 소식이 연초부터 돌아서면 들리는 지경이다. 지난해 국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어진 상승세가 해를 넘긴 것이다. 식품 물가 진정세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설 연휴 이후 연이은 인상 소식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최근 재료 가격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고 있음에도 식품업계는 인건비, 물류비에 각종 공공요금까지 인상되면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고 또 다른 아우성이다.

설 연휴 이후 잇단 식품가격 인상 발표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2월 가격 인상이 예고된 품목은 1일 코카콜라(350ml 기준, 5.3%), 제주삼다수(평균 9.8%), 월드콘·메로나·누가바(20%), 써브웨이 샌드위치(평균 9.1%), SPC삼립 50여 종(평균 12.9%) 등이다. 2일부터는 파리바게뜨 95개 품목(평균 6.6%), 롯데리아 버거류 포함 총 81종(평균 5.1%) 가격도 차례로 오른다.

정부의 주류세 인상(3.57%)에 따라 4월부터 술값도 오를 전망이다. 맥주는 지난해보다 30.5원 오른 1ℓ당 885.7원, 탁주(막걸리)는 1.5원 오른 ℓ당 44.4원이 된다. 지난해 물가인상률을 전부 반영하지 않고 70% 수준으로 인상률을 낮췄지만 지난해 물가가 워낙 오른 탓에 체감 상승 폭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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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곡물 수입단가지수는 하락 전망서울 강남구에 사는 40대 주부 박모 씨는 “추워서 그런지 채소 가격도 오른 것 같다. 가공식품도 줄줄이 (값이) 오른다는 소식에 할인 품목이 아니면 선뜻 집기가 어렵다”며 “한번 오른 가격이 쉽게 안 내려갈 텐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식품 물가 상승세는 올해가 되면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특히 식품 물가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국제곡물 가격 하락세가 이런 관측을 부추겼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식용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지난해 1분기 143.7에서 4분기 193.7까지 치솟았으나 올해 1분기에는 180.4로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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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설 연휴 직후 잇달아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SPC삼립 빵 제품.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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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인건비·물류비·공공요금 등 인상 반영”그러나 원재료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도,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러시’는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조금 하락했다고 할지라도, 물가 급등세 이전인 2년 전, 2021년 1분기에 식용곡물 수입단가지수가 100.6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원가 부담이 크다. 특히 인건비, 물류비, 전기·가스요금 등 제반 비용이 크게 상승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식품업계의 설명이다.

또 국제 원재료 가격이 하락해도 바로 반영되지 않는 시차도 있다. 국제곡물 가격이 국내 수입물가에 반영되는 데는 통상 3~6개월이 걸린다. 소비자물가까지 반영되는 데는 더욱 시간이 걸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연말에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진정되고, 원재료 가격도 내렸다고 하지만 그 전에 한창 비쌀 때 들여온 물품에 대한 부담을 그대로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상장사 식품사 실적까지 다 나오는 3월이 되면 엄살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원재료 가격 하락시 가격 재조정해야”그러나 소비자들은 올리기만 하고, 내려가지는 않는 가격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공개한 2018∼2022년 6월 콩기름 가격 분석 결과를 보면, 원재료인 대두유 가격과 콩기름 소비자 가격 추이가 엇갈렸다. 협의회는 “밀, 식물성 유지류 등의 가격 하락세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주 원재료가의 상승으로 불가피한 가격 상승이라 주장한 기업들의 근거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 인상을 발표한 기업은 고물가 시기, 소비자와 상생하기 위한 경영 결정인지 다시 한번 검토하고, 원재료가의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 1년 동안 높은 수준으로 인상한 가격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물론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까지 받는 식품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연이어 요청한 바 있다. 종합식품회사의 한 관계자는 “실적도 좋은데 가격 인상을 한다는 원성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국내 (실적은) 제자리걸음 수준이고, 그나마 실적이 좋은 곳은 해외 비중이 높아 고환율 효과까지 본 일부 기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32% 증가하고, 매출은 11.0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는 해외 매출 확대에 따른 것으로 실제로 국내 실적은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누계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 전체(글로벌+국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1% 늘었지만, 국내 식품사업만 떼어서 보면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2.8%, -1.2%포인트 줄어들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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