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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정부 못믿겠다는 Z세대 "복지 위한 증세 반대"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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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세대 보고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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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는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뿐 아니라 복지 혜택을 늘리기 위한 증세에도 압도적 반대표를 던졌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복지 확대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당장 수혜자가 될 수 없는 20대 청년 대부분은 세금을 더 내고 싶지 않다는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매일경제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1995~2004년에 출생한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남성 522명, 여성 478명으로 이뤄진 이번 설문은 응답자 계층을 소득과 자산 기준에 따라 상위 16.1%, 중위 49.2%, 하위 34.7% 등으로 배분했다.

설문 결과 복지정책을 위한 조세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80.1%는 '증세를 제한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현재 수준보다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는 응답자는 19.9%에 그쳤다.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 반대하는 Z세대가 찬성하는 이의 4배에 달하는 것이다.

다만 자신이 진보 성향이라고 답한 Z세대 중 증세에 찬성한 사람은 34.4%로, 보수 성향(18.9%)이나 중도 성향(15.6%) 찬성 비율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저성장 시대가 고착화하고 경기가 악화돼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젊은 세대의 각자도생 심리가 커졌다"며 "청년들이 공공정책에 대한 불신과 함께 (세금 등)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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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 방향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는 보편복지(53%)와 선별복지(47%)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다만 보편복지를 지지하는 집단과 선별복지를 지지하는 집단이 각각 생각하는 '중점 지원 대상'은 달랐다. 보편복지 지지자 중에서는 '아동·청년에게 초점을 맞춘 보편적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35%)는 항목을 선택한 사람이 '노인과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춘 보편적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18%)는 항목을 선택한 응답자보다 약 두 배 많았다. 이와 달리 선별복지 지지층에서는 '노인과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춘 선별적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34.8%)는 항목을 선택한 사람이 '아동·청년에게 초점을 맞춘 선별적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12.2%) 선택자보다 훨씬 많았다.

올해 한국은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이 0.8명 밑으로 떨어져 주요국 가운데 저출산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주의와 자유를 추구하는 Z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게 한 요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번 설문에서 상당수 청년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Z세대는 물질적·정신적 여유와 무관하게 연애와 결혼, 출산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물질적·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2.2%는 '연애와 결혼, 출산 모두 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여유가 있다고 한 응답자 중에서는 44.9%가 '연애·결혼·출산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출산 결정은 쉽지 않다는 시각도 많았다. 물질적·정신적 여유가 없다고 답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출산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거나 출산을 포기한다고 답했다. 여유가 없다는 이들 가운데 21.7%는 '연애만 가능하고 결혼과 출산은 어렵다'고 답했다. 17.7%는 '결혼은 가능하지만 출산과 육아는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모두 포기했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18.4%에 달했다. 여유가 있다고 답변한 Z세대 집단에서는 '연애와 결혼은 하지만 출산과 육아는 생각이 없다'(22.6%)와 '연애만 하고 결혼은 하지 않을 것'(21.9%), '연애와 결혼, 출산 모두 하고 싶지 않다'(10.6%)는 답변 순으로 나타났다.

Z세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혼·육아 비용을 낮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저출산 해소 방안(복수 응답)에 대해 45.7%는 '결혼과 출산, 육아 비용 현실화'를 최우선 대책으로 꼽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신혼부부 한 쌍당 결혼 비용은 주택 비용을 포함해 평균 2억8739만원에 달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자녀 1명당 월평균 양육비는 72만1000원이다.

Z세대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지원도 절실하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 중 40%가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지원'이 1순위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하면서 육아하는 부모를 배려하는 기업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34.1%로 집계됐다. 변금선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결혼 자체를 생각하기 어렵게 하는 것은 주거와 일자리 안정성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희조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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