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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캣맘 vs 새덕후… “길고양이 밥주지 말라”가 불붙인 온라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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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냥한 새를 물고 가는 길고양이의 모습./유튜브 '새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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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길고양이 논쟁’이 한창이다.

유튜버로 유명한 한 조류 애호가가 “생태계를 해치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취지의 영상을 올리자, 네티즌들이 이를 이틀만에 100만회 가까이 돌려보며 호응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엔 고양이 보호 단체가 반박에 나서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야생 조류 촬영 전문 유튜버인 ‘새덕후’(본명 김어진)는 지난 28일 ‘고양이만 소중한 전국의 캣맘 대디 동물보호단체분들에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자신을 ‘보호소에서 입양한 고양이 달이의 10년차 집사(반려인)’라고 소개한 새덕후는 “본 영상은 특정 단체 및 사람을 비방하거나 고양이 혐오범죄 조장을 위한 영상이 아니다”라는 당부로 영상을 시작했다.

새덕후는 길고양이가 야생동물을 사냥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면서 고양이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길고양이들이 청설모, 새끼 오리부터 새호리기, 솔부엉이,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고양이 개체수가 증가하는 데다, 주변 야생동물들까지 도심으로 끌어모아 시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새덕후는 또 길고양이와 공존할 대안으로 제시되는 ‘중성화 후 방사’(TNR)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고양이는 연중 2~4회까지 번식이 가능해 개체수가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해외 연구를 근거로 들어 TNR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매년 고양이 개체군의 75% 이상에 대해 TNR을 해줘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서울시가 2018년 “2008년부터 매년 길고양이 5000~8000마리를 중성화한 결과, 개체수가 2013년 25만마리에서 2017년 13만9000마리로 줄었다”고 발표한 자료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개체수가 감소했다면 단순히 TNR이 아닌 다른 요소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새덕후는 “인도적인 해결 방법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입양”이라며 “고양이가 길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걸 도와주지 마시라. 입양을 시켜서 새로운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책임질 수 없다면 고양이들을 위해서라도 밖에서 밥을 주지 말아달라”라며 “고양이를 온정으로 돌보던 것처럼 다른 생명들도 소중히 여겨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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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가 청설모를 사냥하고 있다./유튜브 '새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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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4만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뿐만아니라 여러 소셜미디어,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면서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이 학대 사건을 추적하는 시민단체 ‘팀캣’이 반박에 나섰다.

팀캣은 29일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면서 “유튜버의 새 애호가적 시선으로 만든 논리 없는 영상을 환호하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올린다”고 했다. 이어 “댓글을 봤다면 그 영상으로 인해 길고양이 혐오가 얼마나 더 심해질지, 근거 없는 말들이 한 생명을 향한 무차별적 혐오를 어느 수준까지 부추긴 건지 아실 것”이라고 했다.

팀캣은 ‘길고양이는 다른 야생동물을 해치니 밥을 주면 안 되고, 다른 야생동물들이 고양이 밥을 먹으러 오는 것도 문제’라는 새덕후의 주장에 대해 “모순적이고 뒤틀린 논리”라고 했다. 단체는 “보호받아야 할 야생동물은 오직 ‘새’ 뿐이라는 주장”이라며 “도심으로 내려오는 야생동물들은 인간의 착취로 인해 산에서 얻을 먹이가 충분치 못해서 내려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노력으로 임시보호와 입양, 구조를 하고 있다”며 “‘밥 줄 거면 집에 데려가서 키우라’는 것은 새를 그렇게 좋아하면 전부 잡아다가 키우면서 관찰하라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본인의 행동도 먹이사슬에 관여하는 것이니 인간이 개입하는 모습”이라며 “야생동물을 통해서 개인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 하잘것없는 논리로 엉성한 잣대를 들이대지 마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 게시물에, 고양이 애호가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하루만에 2253개의 ‘좋아요’가 붙었다.

양측 논쟁은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번졌다. 팀캣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길고양이 혐오조장” “고양이가 새 죽이니 밥주지 말라는 논리면 인간도 다 사라져야 한다”라고 했고, 새덕후의 의견에 동의하는 네티즌들은 “천연기념물 사냥하는 모습 보면 열이 받는다” “모든 고양이를 보호할 수는 없다.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일부는 “감성만 앞선 XX” “도덕적 우월감이 생태계 망친다” “어그로 끄는 영상” 등 상대를 향한 비방성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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