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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니콜라 날린 공매도 업체, ‘아시아 최고 부자’도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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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도 재벌 가우탐 아다니 회장이 2014년 4월2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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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업체 니콜라를 무너뜨린 헤지펀드가 이번엔 아시아 최대 재벌을 날릴 수 있을까. 인도 아다니 그룹이 행동주의 공매도 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의 고발과 공매도로 인해 최대 위기에 놓였다고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인도 아다니 그룹은 지난 29일 오후 413쪽 분량의 설명 자료를 내놨다. 아다니 그룹은 이를 통해 “모든 현지 법률을 준수했으며 필요한 공시를 했다”며 “특수 이해관계자와의 모든 거래는 인도 법률 및 회계 기준에 따라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가 고용한 모든 감사인은 관련 법적 기관에 의해 정식으로 인증되고 자격을 부여받았다”고 했다.

아다니 그룹은 아시아 부호 1위이자 세계 부호 7위인 가우탐 아다니 회장(60)이 이끄는 인도 최대 재벌 기업이다. 아다니 회장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같은 구자라트주 출신으로, 남다른 친분을 쌓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1980년대 폴리머 수입 및 수출로 시작한 아다니 그룹은 모디 총리의 취임 이후 승승장구하기 시작해 에너지, 항만, 통신 등을 아우르는 재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다니 그룹은 지난 1주일 동안 큰 위기를 맞았다. 지난 24일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힌덴버그 리서치는 아다니 그룹이 “기업 역사상 가장 큰 사기”를 저질렀다며, 주가 조작 및 회계 부정, 사기를 일삼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아다니 일가가 카리브해, 모리셔스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우고 횡령과 돈 세탁, 탈세를 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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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현지시간) 인도 아마다바드 외곽의 아다니 그룹 본사 건물에 불이 들어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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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덴버그 리서치는 아다니 그룹의 기업 가치가 엄청나게 과대평가됐다면서 공매도(주가 하락에 거는 포지션)를 걸었다. 결국 아다니가 소유한 7개 계열사 기업 주가가 20%까지 폭락하며 그룹 시가총액이 3일 동안 480억달러(63조원) 증발했다. 이로 인해 아다니 회장의 세계 부호 순위도 3위에서 8위로 내려앉았다. 그의 재산은 지난 27일 하루에만 220억달러(약 27조원)가 사라졌다.

이렇듯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까지 나오자 아다니 그룹 차원에서 입장문을 낸 것이다. 아다니 그룹은 “맨해튼의 사기꾼” 힌덴버그 리서치가 근거 없는 주장으로 시장을 흔들어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계열사 부채를 꾸준히 줄여왔다고도 설명했다.

아다니 측 자료에 대해 힌덴버그 리서치는 30일 다시 반박했다. 이들은 “핵심 의혹을 피해가는 대응 또는 민족주의로는 사기 혐의를 흐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아다니 그룹은) 본질적인 문제에서 초점을 돌리고 우리 보고서가 ‘인도에 대한 의도적 공격’이라는 민족주의적 내러티브를 불러일으켰다. 아다니는 우리가 던진 질문 88개 중 62개에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30일 인도 증시에서 아다니 계열사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다니 트랜스미션, 아다니 토탈 가스 등 계열사 주가는 13~20%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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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아다니 그룹의 부정을 폭로한 힌덴버그 리서치 보고서. 힌덴버그 리서치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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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덴버그 리서치는 가치가 과대평가된 기업, 회계부정을 저지르는 기업 등을 공매도로 공격하는 행동주의 펀드다. 코네티컷 출신 네이트 앤더슨이 2017년 설립했다. 앤더슨은 2014년쯤부터 사기 적발에 대한 포상금을 받기 위해 미 당국에 내부고발과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열정을 “사기 행위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2020년 전기트럭 스타트업인 니콜라가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고, 실제로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튼이 투자자를 속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며 유명해졌다. 구성원은 전직 언론인, 애널리스트, 회계사 등 약 1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힌덴버그의 표적이 된 약 30개 기업의 주가는 6개월 후 평균 26% 하락했다.

앤더슨은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아직도 사기가 많다. 만약 미국에서 기업 사기가 대부분 사라졌다는 판단이 들면 그땐 토마토를 키우러 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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